새해를 맞이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내놓은 신년사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그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팎으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곳곳에 묻어있다. 그만큼 대내외 환경이 급변(急變)하고 있는 만큼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들이다. 하나하나 정책당국이 뒤담아 들어야 할 대목들이 아닐 수 없다.

따지고 보면 기업들이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나서는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안으로는 나라가 대선국면으로 흐르면서 정치적, 정책적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이맘때만 되면 표에 도움이 될 경우 그것이 경제적으로 어떤 악영향을 미치든 상관없다는 듯이 무책임한 얘기들이 정치권에서 쏟아지기도 한다. 때문에 기업들은 이런 시기가 돌아오면 새로운 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불확실성이 언제쯤 해소(解消)될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지켜보는 그런 국면이 항상 반복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도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글로벌 달러 약세로 인한 환율 불안, 미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등이 여전한 가운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반격은 우리에게 너무나 부담스러운 형국이다. 여기에 원화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라가면서 국내시장에서는 물론이고 밖에서도 이들과 정말 버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 총수들이 신년사에서 직접적으로 표현은 안해도 환율 등 대외 변수에 그 어느 때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도 그렇지만 5~10년 후를 생각하면 더 걱정이다. 전자업계는 반도체 휴대폰의 뒤를 이을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고,자동차는 신기술·친환경차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주력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새로운 산업의 씨앗도 지금부터 뿌려 놓지 않으면 안된다. 기존 업종의 매출둔화, 실적부진이 이미 시작되고 있는데 자칫 새로운 성장동력이 제 때 받쳐주지 못할 경우 기업들은 오랜 정체국면에 빠져들 수도 있다. 가장 우려(憂慮)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정책당국은 기업들의 이런 고민을 어떻게 덜어줄지를 최우선 과제로 고려해야 마땅하다. 정부가 기업들과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투자를 촉진할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