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 5명 전원이 이씨 성에 B형 남자

국내 해운회사 한 부서원이 모두 같은 성씨를 지닌 남자들로 구성돼 웃지 못할 해프닝을 겪으면서도 '한 핏줄'이라는 끈끈한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진해운 벌크영업본부 케이프팀. 팀장인 이재연 부장을 비롯해 이영철 차장, 이성모 차장, 이형철 대리, 그리고 팀의 막내 이준규 사원 등 구성원 5명이 모두 '이씨' 성을 지녔다.

올해 이준규 사원이 신입으로 들어온 뒤 5월께 팀내 홍일점이었던 천모씨가 퇴사함에 따라 '이씨 패밀리'의 라인업이 완성된 것.
이성모 차장을 제외한 4명이 전주 이씨지만 다행히 파가 달라서 직책과 항렬이 어긋나 할아버지 대리가 손자 팀장에게 존대를 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겨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차장'이 두명이라 호칭상 혼동을 피하기 위해 영문 이니셜을 따 이영철 차장을 'YC 차장', 이성모 차장을 'SM차장'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게다가 성씨뿐 아니라 혈액형까지 모두 B형으로 같아 서로에 대한 애정이 더욱 남다르다.

다른 고려 사항들을 제쳐놓고 5명이 모두 남자에 이씨 성을 가진 B형일 확률만을 계산한다면 대략 100억분의 16으로 우연에 우연이 거듭되지 않고서는 한 자리에 모일 수 없는 인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 패밀리여서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해운업의 특성상 해외고객과 전화통화가 잦을 수 밖에 없는데 수화기 건너편에서 "Hanjinshipping capeteam Mr.Lee(한진해운 케이프팀의 미스터 리를 부탁합니다)"라고 말하면 누구를 바꿔야할 지 난감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
그럴 때면 다시 어떤 이씨를 찾느냐고 되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르지만 해외 거래처에서 한진해운 케이프팀이라는 팀명은 몰라도 'Hanjinshipping Lee's family'는 정확히 기억한다는 후문이다.

이재연 팀장은 "팀원들 개개인의 성격이 좋은 점도 있겠지만 성씨에 혈액형까지 같아 '조직'이라기보다 '가족'이라는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며 "좋아하는 음식도 삼겹살로 같아 회식할 때 메뉴선정이 만장일치로 정해진다"고 말했다.

한편 케이프팀이라는 명칭은 석탄이나 곡물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선의 사이즈를 뜻하는 '케이프(Cape) 사이즈'에서 온 말로, 케이프 사이즈는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화를 통과하기에 몸집이 커 남미 최남단의 케이프 혼(Cape Horn)과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Cape of Good Hope)을 돌아서 운항해야하는 10만DWT급의 선박 크기를 뜻한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