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국제특허출원을 위한 필수절차인 '특허 국제조사'를 지난 9월부터 미국 특허청 대신 한국 특허청에만 맡기고 있다.

미국이 자국 및 유럽(EU)에서만 가능토록 한 자국 출원인들의 특허 국제조사를 올해부터 한국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MS가 아예 모든 조사를 한국 특허청에 '몰빵'한 것.특허 국제조사는 국제특허협력조약(PCT)을 통해 해외 출원되는 특허의 등록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절차로 이후 국제특허 심사의 주요 기준이 된다.

MS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의 특허심사 수준이 높은 데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강국이어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외국 기업들의 국제특허출원 '전초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특허심사 능력과 IT를 필두로 한 산업 경쟁력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면서 외국 기업들이 앞다퉈 국제특허의 등록 가능성을 한국에서 먼저 파악하고 있는 것.

특허청은 올해 외국 출원인들이 특허청에 의뢰한 특허 국제조사 건수가 11월까지만 597건으로 지난해 전체 의뢰건수(17건)의 약 35배에 달했다고 27일 밝혔다.

597건을 출원인 별로 살펴보면 MS(166건),3M(38건),톰슨(23건),M-I(13),키 세이프티 시스템즈(12건) 순으로 나타나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국제조사의 주요 고객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별로도 지난해에는 필리핀 1개국만이 조사를 의뢰했으나 올해에는 미국(572건),싱가포르(8건),필리핀(6건) 등 모두 7개국이 의뢰했다.

이처럼 외국기업들의 국제 특허조사가 늘어나면서 한국의 올해 외국인을 포함한 전체 특허국제조사 건수는 10월 현재 3900건으로 지난해 전체 건수(3579건)보다 많았다.

특허청에 따르면 유럽,일본,미국,한국,스웨덴 등 올해 상위 5대 국제 특허조사 국가 가운데 10월까지 조사 의뢰 건수가 지난해 전체 건수보다 많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특허청은 외국 기업들의 국제 특허조사 의뢰 급증 이유로 한국의 선진 특허행정과 IT 분야 첨단기술력을 꼽았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모든 특허행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특허넷Ⅱ'를 지난해 개통하는 등 최근 특허행정에서 세계적으로 앞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또 한국이 생산량 기준 메모리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 1위의 IT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특히 이 분야 특허 조사에 대한 신뢰가 크게 높아진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와 함께 값싼 조사료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의 건당 국제조사료는 22만5000원으로 유럽(207만5000원)의 10분의 1,미국(100만원)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도 84만1000원으로 한국보다 3배가량 비싸다.

특허청 관계자는 "한국이 특허 국제조사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앞으로 국제 특허심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