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ㆍ보험ㆍ증권ㆍ카드 "내년도 올해만 같아라"

올 한 해 동안 금융가에는 풍년가가 끊이지 않았다.

은행권이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증권 보험 카드사 등 모든 금융권역이 실적 호전의 기쁨을 누린 한 해였다.

집값 급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최근 들어 가계발(發) 금융 부실 우려가 비등해지고 있지만 금융회사들은 '자산 증대'와 함께 '부실 축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리딩뱅크 경쟁을 벌여온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을 놓고 각축을 벌였다.

그로 인해 청와대로부터 "금융이 부동산 광풍을 초래한 악의 축'이라는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론스타에 대한 검찰 수사 장기화 여파로 외환은행의 주인 찾아주기는 끝내 불발에 그쳤다.

은행권 인수·합병(M&A) 불씨가 여전히 살아 남아 2007년에 또 다시 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은 '카드 대란'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 모든 전업계 카드사가 흑자로 돌아섰다.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다시금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금융당국으로부터 '과당 경쟁은 이제 그만!'이라는 경고를 받을 정도다.

LG카드는 새로운 주인인 신한금융지주의 품의 들어갔다.

서민 금융회사의 맏형인 저축은행도 역대 최대 호황을 누렸다.

생명보험회사 상장안이 윤곽을 잡아감에 따라 생보사들은 내년부터 자본 확충과 대형화를 이룰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전망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2006년 금융계 화두가 '성장'과 '확장'이었다면 2007년의 화두는 '리스크 관리'가 될 것으로 진단한다.

올 한 해 동안 모든 금융권역이 자산 증대 등 고속 성장을 이룬 만큼 내년에는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리스크 관리와 함께 해외 진출도 내년 경영 키워드로 등장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서의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중국 베트남 동유럽 등 고속 성장을 예고하고 있는 해외에서 신 성장동력을 찾아 나서겠다는 것이다.

◆ '성장'에서 '리스크 관리'

올해 은행 카드사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가계와 중소기업에 돈을 과도할 정도로 풀었다.

올 들어 11월까지 은행권 가계대출은 35조9000억원 증가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가량 증가한 것이다.

중소기업 대출은 이보다 많은 44조6000억원 증가했다.

국내 은행의 이 같은 대출 세일은 올해 3분기까지만 사상 최대 규모인 11조9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탄탄한 실적 호전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이를 발판으로 리딩뱅크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자산 증대 경쟁을 벌여왔다.

금융감독 당국은 "9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사상 최저 수준인 0.98%로 안정적이어서 당장 큰 문제는 아니지만 대출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 대출도 급증했다.

지난 11월 말 현재 카드사 저축은행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금융회사들의 주택담보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에 비해 7조5100억원(14.2%) 늘어났다.

이와 관련,KDI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소기업과 가계 부문의 대출이 급증함에 따라 금융회사의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선제적인 감독 대응이 요구된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우려에 따라 금융회사들도 리스크 관리에 착수했다.

은행들은 할인금리 제도를 잇따라 축소하고 다(多)주택자에게 가산금리를 물리는 등 그동안의 '덤핑 금리'를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외형 확대를 위한 무분별한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을 자제,담보가치만 보지 않고 차주의 상환 능력까지 대출심사 기준으로 활용하는 등 선진 금융기법을 동원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내년 경기가 호조세를 보일 경우 대출 부실은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만에 하나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경우 가계대출의 부실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내년 경기 위축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 방안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 국내 경쟁에서 해외 진출

은행 증권 보험사의 해외 진출이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은행이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의 '블루오션'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도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아시아 진출도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이미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베트남과 홍콩·인도 등에 진출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

보험사들은 중국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LIG손해보험이 최근 중국 난징(南京)에 현지법인을 설립키로 하고 최근 금융감독원에 현지법인 설립 승인 신고를 제출했다.

현대해상은 이미 중국의 보험감독 당국으로부터 베이징에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받았다.

지난 7월 베이징에 사무소를 설립한 동부화재도 현지법인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