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째인 2007년을 눈앞에 두고 최근 불거진 태국 바트화 사태를 계기로 한동안 잊혀졌던 헤지펀드(Hedge Fund)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헤지펀드란 1949년 미국인 알프레드 존슨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일종의 사모펀드다.

대체로 100명 미만의 소수투자자들로부터 개별적으로 자금을 모아 파트너십을 결성한 뒤 카리브해의 버뮤다와 같은 조세회피지역에 거점을 마련해 활동한다.

외환위기를 당했던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민들에게는 헤지펀드의 부정적 측면이 주로 알려져 있으나 순기능 측면도 있다.

투자 대상국의 △금융기법 고도화 △금융서비스 개선 △금융제도 및 감독기능의 선진화 △대외신인도 제고 등에 기여하는 점 등이 그것이다.

반면 역기능으로는 고객인 투자자들의 이익만을 고려해 높은 수익을 쫓는 과정에서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점이 가장 크다.

이를 테면 특정 국가와 시장에서 높은 수익이 기대되면 자금이 한꺼번에 몰려 거품을 발생시킨 후 순식간에 자금을 빼내가 각종 위기를 초래한다.

헤지펀드 자문업체인 헤네시 그룹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헤지펀드 수는 1만여개에 달하고 투자원금 규모도 1조300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헤지펀드가 우리 경제를 공격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고 제2의 외환위기를 일으킬 수 있을까? 특정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할 것인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방안으로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진단지표가 가장 많이 활용된다.

이 지표는 △단기 통화방어와 해외 자금조달 능력 △국내저축 능력 △자본유입의 건전도 △자산 인플레 정도로 구성된다.

이 지표를 우리에게 적용해 보면 연내 단기외채 비율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9월 말의 45.4%를 넘어설 것으로 확실시된다.

또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등을 기준으로 볼 때 주택가격은 30% 정도 거품이 낀 것으로 나온다.

실질실효환율로 평가한 원화 가치도 약 3% 고평가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스트레스지수(FSI: Financial Stress Index)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금융스트레스지수란 '금융시장과 정책당국의 불확실한 요인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피로도(疲勞度)'로 정의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들어 헤지펀드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국내금융시장에 교란요인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이다.

더욱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환위기는 10년마다 반복된다는 '10년 주기설'이 있다.

단기적으로 부족한 외화유동성을 해결했다 하더라도 위기를 낳게 한 경제시스템을 해결하지 않는 한 또다시 외환위기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다.

결국 실제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갈수록 악화되는 위기진단지표나 금융스트레스지수의 개선없이는 최근 나돌고 있는 '헤지펀드의 공격 가능성과 제2의 위기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

하루 빨리 정부는 부동산 가격과 원화 가치에 낀 거품을 해소하고 철저한 정경분리 원칙하에 정책의 주도권과 통제력을 확보해야 하는 동시에 인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