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돈을 되찾는 데 올인하면서 북핵 6자회담이 BDA에 볼모로 잡혔다.

두 문제를 분리 대응한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6자회담장에서 BDA문제 해결만 되풀이 요구했다.

미국이 북한에 BDA문제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협상 관계자는 "미국이 전향적이고 탄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BDA 해법 묘수는?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는 오광철 북한 조선무역총재와 이틀간 8시간에 걸친 협의를 마친 후 21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다음 달 뉴욕에서 회의를 속개하자는 논의가 오간 것 외엔 공개된 성과가 없다.

하지만 BDA문제가 사실상 6자회담의 선결조건이 됐다는 점에서 해결 방안에 대한 모종의 암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회담장 주변의 관측이다.

BDA를 돈세탁 우려 은행으로 지정한 것은 미국이지만 계좌를 동결한 것은 마카오 정부라는 사실에 근거,북한에 마카오 정부와 직접 접촉할 것을 제안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난 1월 방중 기간을 비롯 수차례 중국에 동결 해제를 요구했으나 미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이 수사를 종료한 후 계좌 처리를 중국의 재량에 맡기기로 북·미 간 암묵적 합의가 된다면 북한은 돈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북,"BDA 진전되면 핵동결"

크리스토퍼 힐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는 이날 김계관 북한측 수석대표와 세번째 양자협의를 가졌다. 양측은 영변 원자로와 방사화학연구소 등 모든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국제적인 모니터링을 수용하는 문제를 놓고 집중 협의를 벌였다.

북한은 "핵동결은 우리도 원하는 바"라고 주장했으나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곤란하다"고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BDA문제를 다루는 태도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가늠한다는 게 북한측 주장이다.

관건은 크게 두 가지다.

북한이 BDA에 관한 미국과의 협의를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할 경우 북핵 6자회담도 1보 전진이 가능하다.

그 다음엔 북·미가 핵동결에 따른 '값'을 놓고 본격적인 흥정을 시작할 수 있다.

미국은 핵동결의 반대급부로 "체제 전복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중유 지원 등 직접적·경제적인 보상은 현 단계에선 어렵다는 태도다.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벌써부터 "1년 넘게 중단됐던 회담의 맥을 되살린 것으로 의미가 있고 향후 회담 일정을 잡을 수 있다면 성공한 회담"이라며 기대치를 낮추는 분위기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