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가 18일 발표한 특단의 외환규제 대책이 태국 증시 및 외환시장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주가 및 바트화 급락을 가져온 이번 사태는 1997년 말 아시아 외환위기의 단초가 됐던 바트 폭락 같은 전염성은 약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주요 아시아 국가들이 구조조정을 거치고 외환 보유액을 늘려 97년과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분간 아시아 증시 및 통화 약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태국 정부가 18일 발표한 특단의 외환규제 대책이 태국 증시 및 외환시장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주가 및 바트화 급락을 가져온 이번 사태는 1997년 말 아시아 외환위기의 단초가 됐던 바트 폭락 같은 전염성은 약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주요 아시아 국가들이 구조조정을 거치고 외환 보유액을 늘려 97년과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분간 아시아 증시 및 통화 약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태국 정부가 발표한 외환대책의 핵심은 외국인 투자자가 태국으로 가져온 돈의 30%는 이자 없이 은행에 예치토록 한 것. 상품이나 서비스 교역과 관계없이 자본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가져온 외화는 70%만 투자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맡긴 돈을 1년 내에 빼갈 경우 그 돈의 33%(전체 투자금액의 10% 정도)를 벌금으로 물리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로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 위험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내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7개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던 아시아 각국 증시도 일제히 동반 하락했다.

태국 정부가 외환규제 대책을 마련한 이유는 바트화의 급속한 절상을 막기 위해서다. 바트화는 올 들어 달러에 대해 약17% 급등했다. 아시아 15개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상승세였다.

이에 따라 태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심각하게 대두돼 고강도 대책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바트화 강세는 물론 아시아 통화 강세의 흐름과 맥을 같이하고 있지만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자금의 유입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타리사 와타나가세 태국 중앙은행 총재는 단기 투기자금(핫머니) 유입으로 바트화 시세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가치도 급등했다고 판단,고강도의 환투기 근절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프리디야손 드바큘라 태국 재무장관도 바트화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이날 환투기 억제책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증시였다.

태국증권거래소는 19일 SET 지수가 장중 656.49포인트로 전일 대비 10.14%까지 하락하자 현지시간으로 오전 11시29분부터 30분간 거래를 중단시켰다.

그러나 하락세는 587.92까지 이어졌다.

전날에 비해 140포인트(약 20%)가 빠져 16년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후 소폭 반등,622.14로 마감했다. 스리얀 피터스 JP모건 리서치팀장은 "이번 조치는 큰 망치로 개미를 때려 잡는 셈"이라며 "바트 절상 압력을 줄일 수 있겠지만 증시에 너무나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바트화는 18일 정부 발표 직후 달러당 36.08바트로 1.5% 급락했다. 하루 낙폭으론 3년 만의 최대치였다. 19일에는 소폭 올랐다.

한편 아시아 각국은 태국의 이번 조치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자국 증시에서 급격히 이탈하지 않을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핫머니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책을 내놓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외국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JP모건 홍콩의 주식투자전략가인 애드린 모와트는 "태국에 이어 어떤 나라가 이런 조치를 취할지 주목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필리핀 말레이시아,그리고 한국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여파로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1.09%,홍콩 항셍지수는 1.19%,대만 가권지수는 0.34%,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지수는 2.23% 각각 하락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