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변수로 매각 일정 불투명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을 달궜던 LG카드와 대우건설 매각이 모두 마무리된 가운데 내년에도 올해 못지않은 큰 M&A 무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 초에 매각 작업이 시작되는 쌍용건설을 제외하면 대우인터내셔널이나 현대건설, 우리금융지주 등은 변수가 많아 매각 일정을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인터내셔널은 생명보험사 상장 문제로, 현대건설은 구사주 논란으로, 우리금융지주는 매각 시한 문제로 매각 일정이 불투명하다.

다만 쌍용건설의 경우 최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내년 초 지분 매각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만큼 내년 상반기 중 매각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우석 캠코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초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연간 사업계획을 보고한 뒤 쌍용건설 지분 매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쌍용건설의 경우 우리사주조합이 전체 지분의 18.9%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채권단 보유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24.7%)도 갖고 있어 매각 과정에서 노조의 입장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반면 대우인터내셔널은 매각 일정을 예측하기 어렵다.

교보생명의 상장 여부에 따라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고, 미얀마 가스전 개발사업도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내년 하반기께 대략적인 매각 일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내년 하반기 생명보험사 가운데 최초로 교보생명이 상장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상장이 늦어지면 대우인터내셔널 매각도 2008년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현대건설의 매각 일정도 여전히 미지수다.

외환.산업.우리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현재 현대건설 매각 때 옛 사주인 현대그룹의 입찰 참여 문제를 놓고 여전히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옛 사주 문제를 결정한 이후 매각 작업을 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1대 주주인 외환은행은 매각 작업을 병행하면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이들 기관의 의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대건설 매각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채권단이 15일 주주협의회에서 내년 1월 말까지 옛 사주 문제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고 내년 3월 말까지는 주간사 선정 결의를 완료할 것을 운영위원회에 촉구한 만큼 운영위가 의견 조율에 진전을 이룰 경우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정부 지분 매각 역시 쉽게 일정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 지분 78%를 보유하고 있으며, 금융지주회사법상 내년 3월까지 지배주주를 벗어나는 수준으로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다만 2008년 3월까지 1년간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즉 매각 시한이 연장된다 하더라도 통상 수개월 이상 소요되는 매각 일정을 감안한다면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매각주간사 선정과 매각 공고 등 본격적인 매각 작업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회 일각에서 매각 시한 폐지를 논의하고 있어 매각이 더 늦어질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M&A는 시장 물량과 주가 동향, 회사 상황 등 변수가 많아 일정을 예측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특히 내년에는 원화 절상 등으로 인한 기업경기 위축과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M&A 물량 등으로 변수가 더더욱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