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붉은 매'를 처음 수출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여행 가방에 만화를 가득 넣고 비행기 트랩을 수없이 오르내렸는데 이젠 해외에서 일본식 '망가'가 아니라 한국의 '만화'로 당당히 자리를 굳혔죠."

대원씨아이 국제판권사업부에서 12년째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는 김남호 국장(42).그는 한국 만화 수출 역사의 산 증인이다.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유치한 책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던 90년대 중반,그는 '한국 만화산업의 출구는 수출뿐'이라는 일념으로 해외 업체들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프랑크푸르트와 볼로냐도서전,앙굴렘과 베이징도서전,도쿄북페어 등 전 세계 도서전시장을 돌아다니며 한국 만화를 내밀었지만 번번이 문전박대만 당했다.

그는 첫술에 배부를 리 없다는 것을 알고 떠났기에 실망하지 않았고 마침내 '붉은 매'의 수출계약서에 사인을 받아냈다.

그러자 미주와 유럽에서 러브콜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한국 만화계 최대 수확인 '프리스트'(형민우 지음)의 할리우드 영화 판권 수출까지 성사시켰다.

이 작품은 내년에 개봉될 예정이며,19개국에서 단행본으로 발행되고 있다.

그는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특히 만화 종주국인 일본에도 대원씨아이의 모든 타이틀을 내보냈다.

특히 국내에서 최다 판매 부수를 기록한 '열혈강호'(글 전극진,그림 양재현)는 18개국에 수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0개국에 진출한 '마제'(글 라인수,그림 김재환)와 17개국에 선보인 '리버스'(이강우 지음),15개국 독자를 사로잡은 '모델'(이소영 지음)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 국장은 해외 시장 개척에 앞장선 '수출 전사'이자 60억원의 로열티 수입을 끌어온 대원씨아이의 핵심 인재.그는 일본의 '망가'와 차별되는 한국의 'MANHWA(만화)'라는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알린 것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해외 출판인들은 그를 'The Famous Kim' 'Sekaino Kim(세계의 김)'이라고 부른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