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 속에 14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제대화'는 창과 방패의 대결 그 자체였다.

6명의 장관을 이끌고 중국 때리기에 나선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예상대로 위안화 환율제도의 자유화를 요청했다.

지난 10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244억달러로 전체 무역 적자의 40%를 차지하는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기준 환율 대비 위아래 0.3%로 묶어놓은 위안화 변동폭을 넓히고 시장에 맞게 위안화가 오르도록 용인하라는 주장이었다.

대화가 열리기 전부터 미국이 벼르던 주제였다.


폴슨은 위안화 문제에 대해 원래 강경한 입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업계의 요구가 강하고 의회의 다수당을 차지한 민주당이 원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중국을 압박했다.

그러나 폴슨의 파트너로 나선 중국 최초의 여성 부총리 우이는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답게 강수로 맞섰다. "미국 친구(전략대화에 참여한 장관 지칭)는 중국의 실체에 관해 제한된 지식을 갖고 있다. 여러 가지 오해가 많다"는 것. 무작정 환율 자유화를 주장한 미국팀을 비웃은 셈이다. 우이는 한 발 더 나갔다. "이런 식의 대화는 양국의 건전한 발전에 생산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우이 부총리는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관리다. 폴슨에게 한 치도 지지 않았다.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위융딩 소장은 이와 관련, "이번 대화에서 기적을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폴슨 장관의 중국 방문이 중국 지도자들에게 일부 영향을 주겠지만 중국은 항상 점진주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우이는 다만 개막 연설에서 경제 개방을 확대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약속을 했다. 그는 "중국은 금융시스템 개혁과 가격결정 기구에 대한 개혁을 심화시켜 이자, 환율 등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세계는 중국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봐야 한다면서 중국 정부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다자간 무역 체제를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슨을 받아치면서 원론적인 개방 확대를 약속한 중국은 나름대로 성의를 표시했다. 이날 위안화 환율이 장중 한때 사상 처음으로 달러당 7.82위안 아래로 떨어진 것(위안화 가치 상승)이 중국의 성의 표시로 보인다. 장중 최저치는 달러당 7.8197위안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찰스 슈머(뉴욕주) 의원은 중국이 수출 지원을 위해 위안화 환율을 인위적으로 높게(위안화 가치 약세) 유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미 대표단이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5억달러 규모의 선물도 안겨줬다. 미국 주택개량 전문 할인점인 홈디포가 중국 내 12개 체인을 거느린 톈진의 건자재 업체 자스제(家世界)의 상당 지분을 인수키로 했고 미국 오시코시 트럭은 저장성의 한 공항과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4건의 계약이 연달아 성사됐다.

15일 양측이 어떤 합의를 이끌어낼지는 불투명하지만 전문가들은 입장 차이가 커 획기적인 내용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