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과 방통융합추진위원회가 지난 11일 개최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공청회에서 적지않은 이견과 쟁점들이 제기된 것은 이 법률안의 전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말해준다. 공청회 개최 전에 방송위원회는 긴급전체회의를 열고 이 법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이미 파행(跛行)을 예고한 바 있다. 결국 통합기구 문제로 논란만 거듭하다가 방통융합서비스 실시라는 본질적 문제는 제쳐둔 채 또 다시 시간만 허비하고 마는 것은 아닌지 정말 걱정이다.

국무조정실은 방통위원회 구성과 관련,위원장 1명,부위원장 2명,상임위원 2명 등 모두 5명의 위원을 방송과 통신 관련 전문성을 고려해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공청회에서 일부 패널들은 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문제를 지적했다고 한다. 물론 그런 점도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가 볼 때는 더 큰 문제가 있다. 국무조정실은 통합의 반발 최소화를 염두에 둔듯 머리만 큰 비대한 위원회를 만들어 방송과 통신이 적당히 나누어 가지는 모양새를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하면 통합위원회는 만드나마나다. 서로간 영역 다툼을 외부에서 내부로 그대로 옮겨놓는 것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방송위가 이 법안을 거부하는 배경도 마찬가지다. 말로는 방송의 독립성,공익성,공공성을 떠들고 있지만 속으로는 철저하게 기득권(旣得權)을 지키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지금 하던 것과 똑같은 역할과 기능을 그대로 가져가거나 오히려 확대하고,사무직원들은 이번 기회에 특정직 공무원 신분까지 노리겠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통합기구 문제가 과연 조속히 매듭될지,일을 제대로 하는 조직이 될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최종안을 만들어 이달 하순께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지만 지금으로선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다. 잘못하면 기구문제로 갈등하다가 또다시 시간을 허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들과 기업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거듭 말하지만 통합기구 문제가 단기에 결론이 안 날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먼저 IPTV 등 방통융합서비스가 즉각 실시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게 급선무다. 기업이 몇년째 투자계획도 못 세운 채 언제까지 정부와 국회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