薛東勳 < 전북대 교수·사회학 >

새해부터 한국의 생산기능직 외국인력제도는 고용허가제로 일원화(一元化)된다. 정부는 지난달 말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 '일원화 관련 고용허가제 세부업무 추진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송출국가와 관련된 업무 일체를 전담하는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되,제도 일원화 후 외국인력 도입 규모 증가로 업무 부담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기존 한국산업인력공단과 더불어 중소기업중앙회·대한건설협회·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 등 민간단체들이 사용자(使用者) 대행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산업연수제에서 연수생 추천업무를 맡았던 사용자단체들이 외국인노동자를 도입·관리하는 업무와 외국인노동자 취업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외국인력 고용은 사용자와 외국인노동자뿐 아니라 한국인노동자 및 일반 국민의 이해관계가 걸린 공통의 관심사다. 외국인노동자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려는 동기에서 출발하지만,그들도 한국사회의 한 주민으로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반영해 고용허가제는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운영 주체가 되는 '공공단체 운영 모형'으로 설계됐다. 그동안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고용허가제와 관련된 사용자 대행 업무를 직접 수행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조직을 조금 더 확대하고 직원 수를 늘려 그 역할을 맡기는 방안이 고용허가제의 원래 도입 취지에 가장 잘 부합하지만,기존 산업연수추천단체의 조직과 인력을 활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산업연수제도를 운영해 온 민간단체의 기득권을 인정해주자는 현실론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연수추천단체가 제도 운영의 한 주체로 참여하게 됨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고용허가제의 도입 취지가 퇴색했다고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여기에는 업종별 사용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민간단체의 참여로 업무 처리의 공정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담겨 있다.

정부는 산업연수추천단체가 대행기관으로 참여하는 데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를 고려해,(가칭)대행기관평가위원회를 신설하고 대행기관 지정·취소 및 평가·운영 기준을 마련하는 등 체계적 관리·감독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대행기관이 외국인노동자로부터 사후관리 비용을 징수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고용허가제 대행기관은 사용자를 대신해 외국인력의 도입·취업교육·관리 등의 업무를 처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외국인력 도입의 '일괄 업무 처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것이 현실화될 경우 사용자는 지금보다 훨씬 신속하고 편리하게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력 도입 원활화를 위해서는 법무부 출입국관리국과 노동부 고용지원센터,한국산업인력공단 및 대행기관 사이의 업무 협조 체제 정비가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외국인력 도입 기간 단축이 '내국인 구인(求人) 노력' 등 국내 노동시장 안정화를 위한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으로 연결돼서는 절대 안 된다. 한국인으로 충원되지 않는 특수 분야에 한해 외국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고용허가제의 기본 취지이고,국내 노동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책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방안은 사용자에게 원활하고 신속하게 외국인력을 공급하면서,동시에 산업연수제에서 노정(露呈)됐던 문제점을 예방할 수 있는 나름의 시스템을 갖춘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대행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정비해 엄정 운영하겠다는 의지는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고용허가제 대행기관이 권위주의적 제도 운영이나 인권침해 등의 문제점을 저지르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눈여겨봐야 한다.

선진적 제도의 도입만으로 성공이라 할 수는 없다. 제도 자체보다는 그 운영이 훨씬 중요하다. 운영 과정에서 군데군데 삐걱대는 소리가 들리면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망가지게 마련이다. 고용허가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그 운영에 참여하는 사용자ㆍ노동자ㆍ공익ㆍ정부의 공동 노력이 긴요하고 언론과 시민사회의 엄중한 감시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