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상향조정돼 국내 은행들이 올해 2조5000억원가량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어들고 그로 인해 배당여력이 감소할 전망이다.

또 대손충당금 적립부담으로 인해 은행의 가계대출 영업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은행의 대손충당금 최저 적립비율을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올해 결산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현재 은행들은 가계 대출 부실에 대비해 정상 여신은 대출잔액의 0.75% 이상,요주의 여신은 8% 이상,고정이하 여신은 20% 이상,회수의문 여신은 50% 이상,추정손실은 100%를 대손충당금으로 쌓고 있다.

그러나 올해 결산부터는 정상 여신과 요주의 여신에 대한 최저 적립비율이 각각 1%와 10%로 상향조정된다.

고정이하 여신은 종전 비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기업여신에 대해서도 정상 여신(0.5%→0.7%)과 요주의 여신(2%→7%)에 대한 충당금 최저 적립비율이 각각 상향조정된다.

금감원은 충당금 적립비율 상향조정으로 국내 은행들은 올해 결산에서 약 2조5000억원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당기 순이익이 줄어들어 배당여력이 감소하게 된다.

국내 은행은 올 3분기까지 11조1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은 "2008년 바젤Ⅱ(신BIS비율제도)가 시행되면 BIS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대손충당금을 더 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은행들이 3년 연속 사상 최고이익을 내고 있지만 이는 비경상이익이 대부분이며 내년에 경기가 나빠지면 충당금을 쌓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며 적립비율 상향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올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 은행 대출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그에 따른 부실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금감원이 충당금 적립비율을 상향조정한 배경으로 꼽힌다.

김 부원장은 "대출 증가 속도가 상당히 가파를 때 금리가 상승하거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가계와 은행의 동반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둔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가계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 약화에 대비해 은행의 신용손실 흡수능력을 높이기 위해 충당금 적립비율을 상향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빌려준 돈을 떼일 것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완충장치격인 충당금을 더 늘리라는 주문이다.

금감원은 대손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면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경기둔화에 따른 은행 부실 우려에 미리 대비하고 외환은행을 비롯 일부 은행들의 과도한 주주 배당에 대해 감독당국이 사전에 견제하는 이중삼중의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