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원화강세, 換헤지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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權純旴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원화가치가 속등하면서 드디어 달러당 920원까지 떨어졌다. 나홀로 강세가 한풀 꺾이는 듯 싶더니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도 다시 강세가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원화가치가 너무 오르면서 수출기업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달러당 920원,100엔당 800원 수준의 환율은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를 겪기 전인 1997년의 수준이다. 한국이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물가상승률이 훨씬 높은 점을 감안한다면 10년 전과 같은 환율 수준에서 이들 국가와 경쟁하는 것은 우리 기업들에는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 것은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줄어들었고,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인데도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문은 은행들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외화차입 규모를 보면 바로 풀린다. 금년 들어 은행들이 해외에서 차입해 들여온 외화는 400억달러가 넘는다. 이렇게 차입형태로 유입된 외화규모가 외국인 주식 매도로 유출(流出)된 외화보다 훨씬 많아 전체적으로는 외화의 유입초과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이것이 원화를 강세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원화강세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은행들의 외화차입이 줄어들어야 할 텐데 그것이 쉽지 않다. 은행들이 외화차입을 늘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사상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업체 등 수출기업들이 수주(受注) 대금의 환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선물환을 대규모로 매도하고 있는 데 있다. 이들이 매도하는 선물환을 은행들이 매입하는 과정에서 환포지션을 맞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외화차입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래에 들어올 수출대금까지 미리 들어오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원화가 나홀로 강세를 보였던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런 점에서 수출기업들이 환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관성적으로 선물환을 매도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참으로 안타깝다. 업황이 너무 좋다 보니 환율이 좀 떨어지더라도 수익을 내는 데 문제가 없고 그러다 보니 낮은 환율수준에서도 환위험 같은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유인(誘因)이 커진 것이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훌륭한 전략일 수 있지만,이들의 전략이 원화가치를 상승시키고 이것이 다시 환 헤지를 확대하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면서 경제 전체로 볼 때는 피할 수 있는 불필요한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기업들이 선물환 매도에 열을 올리면 올릴수록 원화는 더욱 강세를 보여 결국 수출기업에 손해가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환위험 헤지를 위한 외화차입뿐만 아니라 원화강세를 예상한 적극적인 외화차입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문제다. 특히 일본의 낮은 금리와 엔화약세에 매력을 느끼고 엔화차입이 크게 늘어났는데,이렇게 늘어난 외화차입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부동산시장 과열을 부추기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의 엔화대출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이미 유입된 자금이 상당해 뒤늦은 감이 있다.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시장 과열에 대응해 금리를 인상하고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는 정책을 취해왔지만,낮은 금리의 외화자금이 유입돼서는 정책효과가 반감(半減)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경제는 대단히 이례적으로 외화차입이 크게 증가하면서 그에 따른 비용을 과도하게 지불하고 있다. 원화강세는 물론이고 원화강세를 억제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비용,부동산시장 과열 등의 비용을 이미 지불했고,늘어난 외화차입에 대한 환위험 등 잠재적 비용까지 남아 있다. 이제는 각 경제주체들이 외화 차입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좀더 냉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수출기업들은 환위험을 헤지하는 것이 능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경쟁적인 선물환 매도로 인해 헤지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엔화를 차입하려는 사업자들은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위험성을 경계해야 할 것이고,감독당국은 외화차입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원화가치가 속등하면서 드디어 달러당 920원까지 떨어졌다. 나홀로 강세가 한풀 꺾이는 듯 싶더니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도 다시 강세가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원화가치가 너무 오르면서 수출기업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달러당 920원,100엔당 800원 수준의 환율은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를 겪기 전인 1997년의 수준이다. 한국이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물가상승률이 훨씬 높은 점을 감안한다면 10년 전과 같은 환율 수준에서 이들 국가와 경쟁하는 것은 우리 기업들에는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 것은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줄어들었고,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인데도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문은 은행들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외화차입 규모를 보면 바로 풀린다. 금년 들어 은행들이 해외에서 차입해 들여온 외화는 400억달러가 넘는다. 이렇게 차입형태로 유입된 외화규모가 외국인 주식 매도로 유출(流出)된 외화보다 훨씬 많아 전체적으로는 외화의 유입초과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이것이 원화를 강세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원화강세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은행들의 외화차입이 줄어들어야 할 텐데 그것이 쉽지 않다. 은행들이 외화차입을 늘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사상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업체 등 수출기업들이 수주(受注) 대금의 환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선물환을 대규모로 매도하고 있는 데 있다. 이들이 매도하는 선물환을 은행들이 매입하는 과정에서 환포지션을 맞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외화차입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래에 들어올 수출대금까지 미리 들어오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원화가 나홀로 강세를 보였던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런 점에서 수출기업들이 환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관성적으로 선물환을 매도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참으로 안타깝다. 업황이 너무 좋다 보니 환율이 좀 떨어지더라도 수익을 내는 데 문제가 없고 그러다 보니 낮은 환율수준에서도 환위험 같은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유인(誘因)이 커진 것이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훌륭한 전략일 수 있지만,이들의 전략이 원화가치를 상승시키고 이것이 다시 환 헤지를 확대하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면서 경제 전체로 볼 때는 피할 수 있는 불필요한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기업들이 선물환 매도에 열을 올리면 올릴수록 원화는 더욱 강세를 보여 결국 수출기업에 손해가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환위험 헤지를 위한 외화차입뿐만 아니라 원화강세를 예상한 적극적인 외화차입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문제다. 특히 일본의 낮은 금리와 엔화약세에 매력을 느끼고 엔화차입이 크게 늘어났는데,이렇게 늘어난 외화차입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부동산시장 과열을 부추기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의 엔화대출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이미 유입된 자금이 상당해 뒤늦은 감이 있다.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시장 과열에 대응해 금리를 인상하고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는 정책을 취해왔지만,낮은 금리의 외화자금이 유입돼서는 정책효과가 반감(半減)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경제는 대단히 이례적으로 외화차입이 크게 증가하면서 그에 따른 비용을 과도하게 지불하고 있다. 원화강세는 물론이고 원화강세를 억제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비용,부동산시장 과열 등의 비용을 이미 지불했고,늘어난 외화차입에 대한 환위험 등 잠재적 비용까지 남아 있다. 이제는 각 경제주체들이 외화 차입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좀더 냉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수출기업들은 환위험을 헤지하는 것이 능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경쟁적인 선물환 매도로 인해 헤지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엔화를 차입하려는 사업자들은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위험성을 경계해야 할 것이고,감독당국은 외화차입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