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추가 하락… "내년 북미 車시장 10년來 최악"

포드가 경영위기 타개를 위해 180억 달러 차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27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해 귀추가 주목된다.

포드의 대대적인 차입 발표는 월스트리트 저널과 파이낸셜 타임스가 이날 일제히 '북미 자동차 시장이 내년에 10년 사이 최악이 예상된다'는 기사를 낸 것과 때를 같이 한다.

그러나 포드의 차입 계획이 발표된 후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및 피치 등 3대 신용평가기관들은 이미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진 포드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더 떨어뜨려 경영회생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다.

포드는 성명에서 씨티그룹과 골드만 삭스, 그리고 JP모건 체이스를 통해 5년간 모두 180억달러를 신규 차입하는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은 신규차입 목표가 달성되면 회사의 현금 유동성이 모두 380억달러로 늘어나 일각에서 우려되는 도산 우려가 일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다우존스는 180억달러 가운데 150억달러 가량이 포드의 핵심 자동차 부문에 의해 담보될 것이라면서 포드 103년 역사상 핵심 자동차 부문이 담보로 제공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회사의 상황이 다급하다는 얘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다우존스는 포드의 현금 유동성 부족이 심각하다면서 돈 르클레어 재무책임자(CFO)를 인용해 지난 3.4분기 부족분이 31억달러였으며 올해 전체로는 80억달러 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금 유동성이 달리는 것은 경영 회생을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신모델을 생산하고 해외시장도 확대하기 때문이라고 다우존스는 지적했다.

그러나 포드의 고육지책은 내년도 북미시장 전망이 극히 나쁜 것으로 잇따라 분석되는 상황에서 발표된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내년에 북미시장 차 판매가 지난 근 10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미국 자동차 허브인 미시간주 소재 마케팅 분석기관인 IRN 전망을 인용해 내년 북미시장 판매가 163만대 가량으로 올해보다 30만대 정도 줄어들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199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IRN은 "내년 시장이 전망보다 나아질 확률보다 나빠질 확률이 솔직히 더 높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미국 주택시장 악화가 자동차 시장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면서 한 예로 주택시장 추세가 가장 완연히 반영되는 곳의 하나인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지난 3.4분기 자동차 판매가 16% 폭락했음을 상기시켰다.

전문가들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새 차를 구입할 여력이 그만큼 빠듯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우존스는 이런 가운데 뱅크 오브 아메리카, 와초비 및 씨티그룹 등도 내년 북미 자동차 판매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일제히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제너럴 모터스와 포드 및 크라이슬러의 이른바 '빅 3'가 내년에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면서 조만간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고 어둡게 전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 주택시장 침체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지난 24일자 분석 기사에서도 "그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포드의 신규차입 계획이 발표된 후 무디스는 B3인 포드의 신용등급을 Caa1으로 떨어뜨렸으며 S&P도 B-에서 C+++로 역시 더 낮췄다.

피치의 경우 B+이던 것을 B-로 하향 조정했다.

포드 주식도 타격받아 이날 오후 뉴욕 증시에서 주당 3.1% 떨어져 8.26달러에 거래됐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