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정상화 위한 `뇌관제거'..공은 한나라에
한 인사백지화 요구강화..조기정상화 불투명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7일 전효숙(全孝淑)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전격 철회했다.

지난 8월16일 전 후보자가 헌정사상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된지 103일만이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저녁 긴급 브리핑을 통해 "노 대통령은 오늘 오후 전효숙 후보자로부터 지명철회 요청을 받고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윤 대변인은 지명철회 배경에 대해 "국회에서 표결처리되기를 바란 것이 사실이지만, 전 후보자가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을 덜고 장기공백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정상화를 바라는 뜻에서 지명철회를 요청했고, 대통령도 당사자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전효숙 후보자도 보도자료를 통해 "더 이상 헌재소장 공백상태가 지속되면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헌법수호 최후의 보루인 헌재의 업무에 막대한 지장이 생기므로 제가 후보 수락의사를 철회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종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장기간 국회파행을 초래한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철회함에 따라 이 문제를 놓고 양보없는 대치를 해 온 한나라당에 공이 넘어간 셈이 됐으며, 한나라당의 태도변화 여부에 따라 정국정상화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전효숙 사태'를 야기한 책임자 문책 및 대통령 사과는 물론 이재정(李在禎) 통일장관 후보자, 정연주(鄭淵珠) KBS 사장에 대한 인사백지화까지 요구하고 나서 현 단계에서 정국의 조기 정상화를 점치기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여야의 정치적 불신이 여전한데다 여ㆍ야ㆍ정 정치협상 제안과정에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지도부 사이에 극심한 갈등양상을 노정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교착정국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한나라당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전효숙 지명철회라는 정치적 결단을 존중, 대화테이블에 나설 경우 국방개혁 및 사학개혁법안, 새해 예산안 등에 대한 극적인 일괄타결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노 대통령은 전 후보자 지명 철회를 공식 발표하기 앞서 이병완(李炳浣) 비서실장을 통해 우리당 지도부에 이 같은 입장을 사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당은 "국정혼란을 피하고 파행국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단"이라고 긍정평가하면서 "새로운 조건을 붙여서 국회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며 국회정상화를 위한 한나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우리당 일각에서는 전 후보자 지명철회를 계기로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고, 특히 정장선(鄭長善) 의원은 "청와대는 정기국회가 끝나면 거국 중립내각을 하겠다는 결론을 내려야 하고, 정치에서는 손을 떼고 부동산 등 경제문제에 전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대표는 전 후보자 지명철회를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다른 인사권도 그렇게 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부적격 인사'로 지목한 이재정 통일장관, 송민순(宋旻淳) 외교장관 후보자와 정연주 KBS 사장 인사에 대한 백지화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최초의 여성 헌재소장 임명 좌절이라는 면에서 아쉬운 일"이라면서도 "대통령이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 현명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고, 민주노동당은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해 청와대가 나름대로 태도 변화를 보인 것으로 평가한다"며 한나라당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한편 새 헌법재판소장으로는 손지열(孫智烈.사법시험 9회.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전 대법관과 이강국(李康國. 사시 8회) 전 대법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현 헌재재판관 중에는 주선회((周善會. 사시 10회) 이공현(李恭炫. 사시 13회) 조대현(曺大鉉. 사시 17회) 재판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성기홍 기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