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교수 "공권력에 벌벌 떠는 모습에 실망"

개인 홈페이지에 음란물을 올린 혐의로 최근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연세대 마광수(55) 교수가 오래 전에 예정됐던 초청 강연회를 취소당하는 등 1992년 소설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 이후 제2의 시련을 맞고 있다.

27일 아주대학교와 마광수 교수에 따르면 이날 오후 아주대 원천관 대강당에서 `문학과 카타르시스'라는 주제로 열릴 예정이었던 초청강연회가 무기한 연기됐다.

마 교수는 애초 이날 강연에서 평소 그의 지론인 `문학을 통한 성욕의 대리배설', 즉 카타르시스에 관해 강연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 홈페이지에는 "초청강연회가 마광수 교수의 개인 사정으로 연기됐다"는 내용의 공고문이 게재됐지만 마 교수의 강연은 사실상 주최 측에 의해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강연회를 주관한 아주대학보 관계자는 "마 교수님이 경찰에 입건됐다는 소식을 듣고 회의를 한 끝에 강연을 무기 연기하기로 했다"며 "이번 강연이 논란이 일고 있는 사건에 대한 마 교수님의 의견피력 자리로서는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대학 측의 사실상 강연취소 통보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서로 와 달라고 하다가 사건이 터지고 나면 공권력에 벌벌 떨면서 오지 말라고 하는 게 10년 전 `즐거운 사라' 때와 똑같다"며 "사회보다 약자에게 발언기회를 더 줘야 할 대학마저도 이런 것을 보니 실망스럽고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마 교수는 또한 "대학에서 가르쳐보면 알 수 있는데 요즘 젊은이들 의외로 보수적이다"라며 "내가 낸 논문이나 사회비평, 철학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나를 쉽게 비아냥거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24일 개인 홈페이지에 대법원서 음란물 확정판결을 받은 소설 `즐거운 사라'와 남녀의 성기노출 사진 등을 올린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마 교수를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수원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