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일본의 對北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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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를 푸는 데서 중국과 한국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자주 인용된다. 하지만 일본도 통상 생각되는 것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중국이나 한국보다 양심의 가책을 덜 받을 수 있다.
금융과 관련된 일본의 영향력은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북한에 보내는 송금으로부터 나온다. 송금액 규모에 대한 믿을 만한 자료는 없다. 연간 1억달러가 안된다는 의견도 있고 3억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내 추산으론 2억달러는 되어 보인다. 이는 중국의 대북한 경상수지 흑자를 웃도는 규모이다.
일본 전역에 걸친 소위 '빠찡꼬'(사행성 오락기)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입이 이런 송금의 가장 큰 원천이다. 일본 빠찡꼬 업계의 4분의 1은 한국계가 운영하고 있다. 재일 한국인의 대부분은 김정일 북한 정권에 반대하고 있지만 북한 지역에 친척을 두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들의 열악한 삶을 조금이나마 개선시켜주기 위해 빠찡꼬 수입의 일부를 북한에 보내려 한다.
일본의 빠찡꼬 시장은 연간 2560억달러 규모이다. 빠찡꼬 업계가 거둬들이는 순이익의 단 2%만 북한으로 송금한다고 해도 절대 금액은 엄청날 것이다. 2억달러 이상은 될 것이다. 김정일의 입장에선 중국의 식량,에너지 원조와는 달리 현금은 정권 유지에 쉽게 전용할 수 있다. 실제로 김정일은 정권 유지를 위해 해외 자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한 것은 그만큼 김정일이 (재정적 문제에서)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이다.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 문제가 6자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금융제재는 작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이 아시아 지역에서 자금세탁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고 미 재무부가 지적한 데서 비롯됐다. 특히 미 달러화 위조로부터 얻은 북한 자금을 예치해 놓았다는 것이다. 중국의 협력으로 이 은행은 폐쇄됐고 다른 여러 은행에서도 북한 관련 계좌가 동결됐다. 이 제재가 계속되는 한 일본의 빠찡꼬는 김정일의 마지막 자금줄일 수밖에 없다.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처럼 북한 정권 유지에 필요한 주요 엘리트들을 지원하고 이들의 충성을 확보하는 데 이 자금을 쓰고 있다. 그들은 조선인민군 장군들,산업을 이끌어가는 테크노크라트들,노동당 간부들이다. 이들의 순응적인 행태는 정권 생존의 중요 요소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금융제재는 김정일에게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다. 일본이 빠찡꼬 자금의 송금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 중요한 카드를 쥐게 된다. 특히 6자회담이 열리게 되면 말이다.
북한의 공격 위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일본이 김정일의 뜻을 꺾을 수 있는 열쇠를 갖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장기적으로 합법적 통로를 통해 해외 자금을 끌어오도록 함으로써 북한의 역내 안보위협은 누그러질 수 있다. 이제 6자회담을 살펴보고 일본의 역할을 주목해보자.
정리=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이 글은 랜드코퍼레이션의 수석 경제자문역인 찰스 울프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평양에 대한 도쿄의 영향력(Tokyo's Leverage Over Pyungyang)'이란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를 푸는 데서 중국과 한국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자주 인용된다. 하지만 일본도 통상 생각되는 것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중국이나 한국보다 양심의 가책을 덜 받을 수 있다.
금융과 관련된 일본의 영향력은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북한에 보내는 송금으로부터 나온다. 송금액 규모에 대한 믿을 만한 자료는 없다. 연간 1억달러가 안된다는 의견도 있고 3억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내 추산으론 2억달러는 되어 보인다. 이는 중국의 대북한 경상수지 흑자를 웃도는 규모이다.
일본 전역에 걸친 소위 '빠찡꼬'(사행성 오락기)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입이 이런 송금의 가장 큰 원천이다. 일본 빠찡꼬 업계의 4분의 1은 한국계가 운영하고 있다. 재일 한국인의 대부분은 김정일 북한 정권에 반대하고 있지만 북한 지역에 친척을 두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들의 열악한 삶을 조금이나마 개선시켜주기 위해 빠찡꼬 수입의 일부를 북한에 보내려 한다.
일본의 빠찡꼬 시장은 연간 2560억달러 규모이다. 빠찡꼬 업계가 거둬들이는 순이익의 단 2%만 북한으로 송금한다고 해도 절대 금액은 엄청날 것이다. 2억달러 이상은 될 것이다. 김정일의 입장에선 중국의 식량,에너지 원조와는 달리 현금은 정권 유지에 쉽게 전용할 수 있다. 실제로 김정일은 정권 유지를 위해 해외 자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한 것은 그만큼 김정일이 (재정적 문제에서)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이다.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 문제가 6자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금융제재는 작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이 아시아 지역에서 자금세탁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고 미 재무부가 지적한 데서 비롯됐다. 특히 미 달러화 위조로부터 얻은 북한 자금을 예치해 놓았다는 것이다. 중국의 협력으로 이 은행은 폐쇄됐고 다른 여러 은행에서도 북한 관련 계좌가 동결됐다. 이 제재가 계속되는 한 일본의 빠찡꼬는 김정일의 마지막 자금줄일 수밖에 없다.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처럼 북한 정권 유지에 필요한 주요 엘리트들을 지원하고 이들의 충성을 확보하는 데 이 자금을 쓰고 있다. 그들은 조선인민군 장군들,산업을 이끌어가는 테크노크라트들,노동당 간부들이다. 이들의 순응적인 행태는 정권 생존의 중요 요소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금융제재는 김정일에게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다. 일본이 빠찡꼬 자금의 송금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 중요한 카드를 쥐게 된다. 특히 6자회담이 열리게 되면 말이다.
북한의 공격 위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일본이 김정일의 뜻을 꺾을 수 있는 열쇠를 갖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장기적으로 합법적 통로를 통해 해외 자금을 끌어오도록 함으로써 북한의 역내 안보위협은 누그러질 수 있다. 이제 6자회담을 살펴보고 일본의 역할을 주목해보자.
정리=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이 글은 랜드코퍼레이션의 수석 경제자문역인 찰스 울프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평양에 대한 도쿄의 영향력(Tokyo's Leverage Over Pyungyang)'이란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