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이 호의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최근 2년간 대규모 순매도로 일관했던 외국인이 내년엔 '사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임태섭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장은 26일 "최근 한 달간 홍콩 싱가포르 미국 등지에서 현지 투자자들을 만나고 왔다"며 "기업 실적에 비해 한국 증시가 저평가돼 있어 한국 증시를 다시 주목해 봐야겠다는 움직임이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중국 인도 등에 비해 한국의 투자 매력이 떨어졌지만 최근 아시아 신흥국가의 증시가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임 지점장은 "내년 국내 주요 기업의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15%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적립식펀드를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연기금의 주식 투자 비중도 높아질 전망이어서 내년 코스피지수는 160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기업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원·달러 환율은 내년에는 달러당 920∼950원 선에서 안정세를 유지해 수출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다만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경기의 연착륙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 등을 거치면서 변동성이 확대돼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내년 주가 흐름은 상반기보다는 3∼4분기로 가면서 상승폭이 커질 것이란 설명이다.

미국이 내년 2분기부터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가능성이 큰 것도 내년 하반기 증시를 더욱 밝게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임 지점장은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성장'이 가능한 업종이 등장해 증시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소형주들의 덩치가 더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과거와 같은 고성장 국면을 지난 상황에서 외국인은 구조적인 성장이 가능한 업종이나 종목을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라도 사려고 할 것"이라며 "교육 부동산개발 의료기기 제약 레저 금융 등 서비스 분야가 더욱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하루 거래금액이 최소한 10억원은 넘어야 매매가 가능한데 이런 기준에 맞는 종목은 제한적이어서 중형주의 가치가 하루빨리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업종별로는 IT(정보기술)주와 건설 자동차 은행주 등의 전망을 밝게 봤다.

다만 업종에 따라 매수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IT주의 경우 D램 관련주는 미리 매입해 두는 전략이 유효하다"며 "반면 자동차를 비롯한 내구소비재의 경우 내년 하반기가 더 나아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선주는 수주 사이클이 정점을 지나고 있어 상대적으로 조선기자재 관련 주식들이 내년에 더 유망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은행주는 성장세가 다소 떨어진 상태이긴 하지만 실적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어 1∼2년 후를 내다본다면 좋은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 지점장은 삼성투신운용을 거쳐 1997년 메릴린치 한국조사부 헤드로 활동했으며 2001년에 골드만삭스로 옮겨 현재 한국지점장을 맡고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