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1기에 측근들을 대거 중용했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정부를 구성하는 데 친구들을 기용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23일 전국의 주지사 당선자 18명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연방정부든 주정부든) 정부를 확실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골라 기용하는 것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동은 집권 2기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거대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룰라 대통령이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의 원활한 관계 구축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룰라 대통령은 이어 "누군가를 어떤 자리에 앉히는 것은 쉽지만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기는 어렵다"며 "이제는 국가 원수답게 친구보다는 각 분야의 최적임자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룰라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1기 정부에서 집권 노동자당(PT) 내 측근인사들을 각료직으로 지나치게 많이 기용한 데 대한 자성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룰라 정부는 2003년 초 1기 출범 당시 전체 각료 33명 가운데 19명을 PT 소속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야당의원 매수의혹에 이어 올해에도 야당 정치인에 대한 비리조작 의혹이 터져 나오는 등 측근들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끊이지 않자 룰라 대통령이 이 같은 생각을 갖게 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의 측근들로 이뤄진 정부 각료들은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한 듯 12월 초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전원 사퇴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와 관련,브라질의 일간신문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이번 집단 사퇴 움직임은 집권당 몫으로 돌아가는 각료직 배분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야권의 폭넓은 참여를 통해 거대 연립정부를 구성하려는 룰라 대통령에게 보다 자유롭게 인선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 위한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룰라 대통령은 1기 집권 기간 중 가장 신뢰했던 경제팀도 바꿀 전망이다.

그는 당초 기존 경제팀을 그대로 유지할 뜻을 가지고 있었으나 다른 정당들과 연정구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원내 1당으로 부상한 브라질 민주운동당(PMDB)이 국정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요직을 요구하는 등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정치권에서는 PMDB 소속의 델핑 네토 전 재무장관과 넬손 조빙 전 연방최고법원장,브라질 사회당(PSB) 소속 시로 고메스 전 국민통합부 장관 등이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무소속 각료 기용폭도 넓힐 것으로 보인다.

룰라 대통령은 1기 집권시 루이스 페르난도 푸를란 통상산업개발부 장관과 호베르토 호드리게스 전 농업부 장관 등 무소속 각료 기용으로 상당한 효과를 봤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