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액수가 지속적으로 감소,지난해에는 전 세계 FDI 액수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성 노조,각종 투자규제 등 열악한 기업환경이 개선되지 않았던 탓이다.

이렇게 한국이 빼앗긴 FDI는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경쟁국으로 흘러들어가 이들 국가의 FDI 액수가 각각 한국의 10배,5배,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발표한 '우리나라 FDI 유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지난해 전 세계 FDI 순유입액(9163억달러) 중 국내에 유입된 금액은 72억달러로 전체의 0.8%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 최대 FDI 유입국인 영국(1645억달러,18.0%),2위인 미국(994억달러,10.9%)에 비해 각각 23분의 1,14분의 1에 불과한 숫자다.

중국(724억달러,7.9%) 홍콩(359억달러,3.9%) 싱가포르(201억달러,2.2%) 등 동아시아 경쟁국에 비해서도 크게 뒤처졌다.



○최근 놓친 FDI만 10억달러


재계 관계자는 "가장 심각한 건 다국적기업들이 한국을 놓고 저울질을 하다 투자처를 주변국으로 선회하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네덜란드의 반도체장비업체인 ASML은 최근 사업면에서 유리한 한국에 3억달러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지으려다 대만으로 투자처를 옮겼다.

우리나라의 산업정책,기업환경 등 경영여건이 대만보다 열악해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근 알려진 외국인투자 유치 무산 사례만도 금액으로 1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내국인 해외투자가 FDI 넘어서


한국에 대한 FDI가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급증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FDI 금액은 신고기준으로 75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 줄어들었다.

반면 국내기업의 해외투자 규모는 125억4000만달러로 일년 사이 87%나 늘어나 처음으로 국내기업의 해외투자가 해외기업의 국내투자를 앞질렀다.

다국적기업의 아시아 지역본부 유치실적도 저조하다.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 지역본부를 둔 다국적기업은 21개로 싱가포르의 17분의 1(350개),중국의 6분의 1(120개),홍콩의 56분의 1(1167개)에 불과해 외자유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노사관계 개선해야

대한상의는 저조한 FDI 실적의 가장 큰 요인으로 노사관계,복잡한 행정절차 등 열악한 경영환경을 꼽았다.

세계 최하위 수준의 노동환경(올해 스위스 IMD 조사대상 61개국 중 61위),OECD 평균의 2배에 달하는 창업절차(12단계),각종 규제(8083건) 등 불리한 경영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FDI에선 영원히 '왕따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상의는 두 번째로 고부가 서비스업에 대한 FDI 유치 확대를 주문했다.

특히 제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비즈니스 서비스업의 외자유치 비중이 전체 FDI의 7.4%(2001∼2005년 평균)로 OECD 평균(31.7%)을 크게 밑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의는 따라서 고부가 서비스업에 대한 적극적인 외자유치를 통해 국내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확대해 외자 유치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