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집값 안정을 위해 창구지도 방식의 대출총량규제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중단시킨 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꿈에 따라 오늘부터 대출영업이 재개된다고 한다.

갑작스런 대출중단으로 일선 창구에서 엄청난 혼란이 빚어지자 실수요자의 자금조달에 불편이 없도록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애꿎은 서민들만 골탕먹인 이 같은 대출규제 남발과 오락가락 정책 대응으로 무슨 효과를 얻겠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사실 금융감독당국의 대출규제는 처음부터 적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되어 왔다.

법적 근거도 없이 감독당국이 간접적으로 대출총량을 제한함으로써 관치(官治)금융 논란이 빚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일시에 대출이 중단되면 투기와 무관한 실수요자들의 피해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었다.

물론 시중의 지나치게 많은 부동자금이 집값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돈줄을 죄어 집값 오름세를 잡겠다는 정책 당국의 의도와 그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일률적인 대출규제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투기수요 억제효과는 별로 거두지 못하고,서민들의 집 장만만 더욱 힘들게 만들 게 틀림없다.

이번 대출중단이 가져온 은행 창구의 혼란사태는 그런 부작용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게다가 은행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대출규제가 금융시스템의 심각한 왜곡을 초래하면서 또 다른 후유증을 낳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무엇보다 이런 식의 냉온탕식 규제가 거듭되면서,정부의 부동산정책 효과만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금융감독당국의 과도한 주택담보대출 개입과 조령모개(朝令暮改)식 정책 변경으로 그렇지않아도 땅에 떨어진 정책의 신뢰성이 상실되고,이는 시장의 내성만 키워 어떤 정책수단으로도 집값을 잡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 이상 효과없는 규제의 남발과 오락가락 대응은 안된다. 집값 안정을 위한 대출규제가 불가피하다면 투기혐의가 뚜렷하거나 상환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수요자를 보다 철저히 가려내 기존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대출을 제한하는 방식 등으로 이뤄져야지,일률적인 신규대출 중단 등으로 집없는 서민들의 피해만 키우는 우(愚)를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