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역대 최장수 장관, 집값 급등 책임지고 사의 표명.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최근 집값 급등에 따른 사퇴압력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4월 장관으로 취임한지 1년 7개월만이다. 불명예 퇴진이기는 하지만 참여정부 장관으로는 역대 최장수 장관이라는 영예로운(?) 기록을 세웠다.

추 장관의 집값안정에 대한 소신은 ‘지속적인 공급확대’에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집값안정을 위한 소신은 ‘규제를 통한 수요억제’에 있다.

따라서 같이 할 수 없는 평행선 소신이 가장 오래 함께 했다는 점에서 궁금증을 낳는다.

이 의문에 대한 해독은 바로 현 정부 부동산정책 문제를 해석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추 장관을 비롯한 건교부 주요 정책 실무자들은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내집마련 수요를 채워줄 수 있는 지속적인 신도시 건설과 용적률 상향을 통한 공급확대에 있다는 소신을 갖고 주장해 왔지만 청와대와 재정경제부, 그리고 환경부 소신에 눌려 번번이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8.31대책 발표때 당시 권력 실세인 이해찬 국무총리의 이해와 용단(?)에 따라 수요억제 일변도의 정부 대책에서 ‘송파신도시 건설’과 ‘수도권 택지 1500만평 확보’라는 파격에 가까운 공급대책이 가까스로 포함됐다.

그것도 대책 발표 직전까지 “추가 신도시 공급은 검토한 바가 없다”는 건교부 공식 해명이 나온 뒤에 들어간 정책이이서 ‘오락가락 정책’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기까지 했다.(05년6월15일,06년10월24일 방송 참고)

그만큼 공급대책이 절실한 상황이었고 추 장관을 비롯한 건교부 실무자들은 이 방안을 설득해 이해찬 총리의 승낙(?)을 얻어나름대로 시장에 올바른 공급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모호하게 제시했던 공급대책이 이후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데 있다.

국민임대주택 건설도 지지부진했고 신도시나 택지공급 계획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대출억제와 재건축 규제를 골자로 하는 3.30대책 등을 통해 수요억제는 더욱 강하게 이뤄져 잠재적 실수요가 계속 누적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이 수많은 실수요들은 판교 분양이후 마땅한 내집마련 장소를 찾지 못해 지금의 집값급등 현상에 대거 동참하게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 정책 자체를 이제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추 장관은 이런 와중에 예고없이 기자실에 들어 ‘신도시 추가 건설’이라는 깜짝 발표를 해 불붙은 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추 장관 자신은 8.31대책의 연장선상에서 하는 정책설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국민은 이를 깜짝 발표로 받아들였다.

신도시 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설명이 그동안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실제로 주택공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결국 1년7개월만에 추 장관을 낙마시킨 사의표명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추 장관은 취임초 기자에게 “자신은 바보장관이 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아니라 모든 것을 다 알지만 정책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 바보장관이 되겠다는 것이었다.(06년4월6일 기사 참고)

여야와 국민 갈등 조정을 하며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적절한 바보전략이 필요했다.

추 장관이 사의표명으로 까지 몰린 이유를 추 장관 자신이 밝힌 행동 전략과 비교해 굳이 따져보면 ‘바보장관론’ 실패에 있다.

답을 알면서도 소신을 굽히고 수요억제 코드에 맞춰 공급확대론을 지나치게 숨죽여 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소신에 맞는 공급정책을 하루라도 빨리 알려 급등하는 집값을 잡고 싶어 신도시 개발 계획을 서둘러 알렸지만 국민은 이를 부처간 협의없는 깜짝발표로 이해했다.

순간적으로 표출한 소신이 결국 바보전략 실패를 초래했다.

어차피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적절한 소신 발언으로 장수장관 기록을 포기하는 것도 더 좋을 뻔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추병직 건교부 장관이 물러난다. 그러나 추 장관은 어찌보면 억울한 희생양일 수 있다.

어느 장관이 오든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는 코드 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참여 정부와 다음 건교부 장관은 이를 명심해야 한다.

유은길기자 egyou@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