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孝秀 < 영남대 교수·경제학 >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에서 글로벌인재포럼이 개최됐다. 선진국들은 현재 산업경제에서 지식기반경제로 빠른 속도로 이행하고 있고,이 과정에서 인적자원의 개발과 활용이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인재포럼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로 인해 앞으로 다보스 포럼에 맞먹는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포럼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글로벌인재포럼이 매년 개최되면 그것은 한국과 한국인에게 상당한 무형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인류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기반경제는 산업사회와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갖고 있다. 산업사회가 토지,노동,자본 등 보이는 자원(資源)을 중심으로 경쟁했다면,지식기반경제는 지식,지식노동력,혁신 등 보이지 않는 자원을 중심으로 경쟁하는 경제체제이다. 20세기 전반이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경쟁했고 20세기 후반이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경쟁했다면,21세기는 휴먼웨어를 중심으로 경쟁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즉 지식기반경제에서는 지식과 혁신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든다.

한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인재를 육성해 글로벌마켓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하고,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직업능력을 개발해 생산적 복지와 사회통합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경쟁우위와 사회통합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최상의 전략적 선택이 인적자원의 개발 활용이다. 만약 우리가 인적자원의 경쟁우위 확보에 실패하게 되면 현재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는 세계화와 고령화는 우리가 감내할 수 없는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의 일자리는 썰물처럼 중국과 인도로 빠져나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고령자의 복지부담은 증가하며 세원(稅源)의 감소로 복지의 실현은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인적자원은 오늘날뿐만 아니라 산업사회에서도 중요했다. 특히 한국은 인적자원개발에 기초한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으로 세계 최빈국(最貧國)에서 세계 11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지식기반경제에서 요구되는 인적자원이 산업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적자원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데 있다. 산업사회는 대량생산체제를 기축으로 하고 있고,대량생산체제는 분업의 원리와 규모의 경제에 기초해 직무를 세분화·표준화하고 있기 때문에 정형화된 성실한 인재를 요구했다. 그러나 지식기반경제에서는 기술과 지식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직무가 끊임없이 통합되고 변화되기 때문에 변화를 선도하거나 적어도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인재,즉 지식근로자를 요구한다.

지식근로자는 전통적 의미의 지식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지식과 정보를 수집 분석 가공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을 말한다. 기업,대학,정부는 이러한 인재를 확보하고 있어야 지속적 혁신이 가능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앞으로 지식 근로자의 양성 능력이 대학의 운명을 좌우하고,글로벌 인재의 확보와 활용 능력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이러한 지식근로자는 전통적인 주입식 교육으로는 양성이 어렵기 때문에 대학은 인재육성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고,정부는 지식기반경제로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국가경영 패러다임을 재구축해야 한다.

이번 포럼에서도 글로벌 인재의 확보를 위한 기업의 전략,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의 전략,인재육성을 위한 산학협력방안,공학(工學) 교육의 혁신 방안,인적자원을 기반으로 한 국가경쟁력 강화 전략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이 있었다. 다만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거버넌스 체제에 관한 세션이 별도로 다뤄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선진 각국에서는 지식근로자의 양성을 위해 대학,기업,정부가 파트너십을 형성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고,이것은 지역 거버넌스 이니셔티브의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 제2회 포럼에서는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거버넌스가 중심적 주제로 다뤄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글로벌인재포럼이 인적자원의 개발과 활용에 관한 세계적인 성공사례들이 소개 확산되고,상호학습을 통해 새로운 전략이 생성되는 정보 허브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한국노사관계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