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논설위원

자고 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것도 옛말이다.

아침에 오르고 저녁에 또 뛰는 게 요즘 집값이라고 한다.

과천의 27평 재건축아파트가 한 달 새 5억원이나 올랐다는 얘기는 믿기조차 어렵다.

오죽하면 '단군 이래 최대 폭등'에 리얼타임의 인터넷 시세정보도 구문(舊聞)이라고 할까.

헌법만큼이나 바꾸기 힘든 제도를 만들고,'하늘이 두쪽 나도' 투기를 잡을 테니 집 사면 후회할 것이라며 호언장담하던 참여정부 부동산대책의 주역들은 발뺌하기 바쁘다.

이제 와서 '부동산정책은 실패했다' '2010년쯤에 가서 보자'는 식이다.

'8·31대책'으로 집값 잡았다고 줄줄이 훈장 줄 때는 언제였나.

지금 집없는 서민들은 끝없는 절망감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정말 염치(廉恥)도 없는 사람들이다.

국민들은 이제 정부 말을 죽어도 안 믿는다.

너무 많이 속았기 때문이다.

무려 30여차례나 나온 부동산대책은 집값이 또 오른다는 신호나 다름없었다.

이번 집값 폭등도 예외없이 정부와 서울시가 합작한 판교-은평-검단시리즈가 주범이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시장을 너무 모르는,'거꾸로 정책'만 남발한 까닭이다.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의 핵심은 집값 비싼 강남에 세금폭탄을 안기고 재건축을 막는 것이었다.

세금부담을 이기지 못한 매물이 쏟아져 집값이 떨어진다는 논리다.

결과는 어땠나.

집값은 세금이 얹어져 더 부풀려지고,매물은 정권바뀌기를 기다려 도로 거둬 들여졌다.

애초 재건축을 풀어주었다면 집값이 이렇게까지 올랐을까? 부랴부랴 내놓은 신도시 카드는 더욱 불을 질렀다.

강남 수요와 전혀 무관한 신도시에 실망한 시장은 반대로 튀면서 강남·북 수도권의 무차별 폭등으로 이어졌다.

그게 시장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시장을 이기려만 들고 있다.

온갖 핑계로 실패를 감추고,세금 과신(過信)에 사로잡혀 수요가 넘치는 곳에는 집을 못짓게 하면서 엉뚱한 신도시를 남발해 수도권 전역으로 부동산 투기만 확산시키고 있다.

뒤늦게 분양가를 낮추겠다고 법석이지만 약발은 글쎄다.

정부가 차라리 부동산정책에서 손을 떼는 게 낫다는 비아냥도 무리가 아니다.

집값을 이제 어떻게 잡을 수 있다는 건가.

결국 집값의 모든 문제가 강남에서 출발하고 있다면 해법도 강남에서 찾을 일이다.

강남의 공급을 늘리거나,몰려드는 수요를 억제하는 것 말고 달리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강남에 더 땅이 없으니 재건축으로 아파트를 더 높이,더 많이 짓는 도리 밖에 없다.

넘쳐나는 수요가 문제다.

사람들이 강남으로만 몰리는 것은 살기 좋은 부자동네의 이름값에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기대해서만은 아니다.

수많은 우리 중산층들은 황폐화된 공교육에 절망하고,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자식을 더 좋은 학교,더 유명한 학원에 보내기 위해 끊임없이 강남진입 기회만 노리고 있다.

강남이 블랙홀인 이유다.

비강남지역에 자립형 사립고,특목고 몇 개 설립하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부동산 문제에 왜 교육을 끼워넣느냐고? 지금 미쳐있는 집값으로 나라가 결딴날 지경에,더구나 교육도 엉망이 된 이 마당에 그런 토를 달 게 아니다.

그러니 요즘 집값은 귀신도 잡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