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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악마는 프라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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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믹영화라고? 글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시종일관 재미있지만 웃기진 않는다. 젊은 여성관객이 대부분인 극장에서도 깔깔대거나 키득거리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영화의 배경은 '런웨이'라는 세계적인 패션잡지의 미국 본사. 주인공은 이곳 편집장 미란다와 사회초년생 앤드리아.

    카메라는 패션계를 좌지우지하는 미란다의 다양한 면모와 대학을 갓 졸업하고 패션의 'ㅍ'자도 모른 채 미란다의 제2비서로 입사한 앤드리아의 적응 및 변화 과정을 좇는다. 화면 속 미란다의 모습은 가히 엽기적이다. 커피와 식사 심부름은 물론 아이들 숙제를 시키고,출간도 안된 '해리 포터' 원고를 몇 시간 안에 구해오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이런 미란다,말 없이 입을 오무리는 것만으로 유명 디자이너의 패션쇼 내용을 바꾸는 천하의 여걸도 남편의 결별선언 앞에서 어둡고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또 이혼한다고 다들 얼마나 입방아를 찧을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애들은 무슨 죄냐구. 아빠 노릇을 할 사람이 다시 없어지니."

    영화의 다른 한 축은 앤드리아의 변신. 시사잡지 기자로 가는 건널목쯤으로 여기고 입사,모든 걸 마뜩찮게 여기던 앤드리아는 "니가 뭘 노력했는데. 계속 징징대기만 하잖아"라는 아트 디렉터 나이젤의 말에 마음을 고쳐먹는다. 패션사 직원답게 옷차림을 바꾸고,맡은 일이면 뭐든 해낸다.

    영화는 여성문제와 월급쟁이의 애환을 잘도 버무렸다. 44사이즈와 명품에 목매지만 살아남으려 "난 내 직업을 좋아해"라고 되뇌는 에밀리의 아픔,커버린 월급쟁이 책임자를 내쫓으려는 사주에 맞선 미란다의 투쟁,제 자리를 지키려 심복의 소원을 저버린 상사를 이해하려는 나이젤의 고뇌 등.

    그러면서 묻는다. 일에 대한 열정과 적극성,냉엄한 승부사 근성,제 일을 잘해낸 사람에 대한 배려 등 남자라면 높이 인정됐을 덕목을 지닌 미란다를 '악마'로 부르는 게 맞는지. 미란다를 새디스트라고 흉보는 칼럼니스트 톰슨에게 앤드리아는 이렇게 쏘아붙이고 돌아선다.

    "남자라면 존경받았을 거예요."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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