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슈머'는 1971년 미래 사회학자인 앨빈 토플러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토플러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이 용어를 통해 미래 소비자의 속성을 정확하게 예견했다.

앞으로 소비자가 생산에도 직접 관여하게 되는 이른바 '소비자 반란시대'의 도래를 예측한 것.토플러의 예견대로 프로슈머는 현재 제품의 히트여부는 물론 경우에 따라 생산자(회사)의 운명까지 틀어쥔 신소비 권력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첨단 제품을 내키는 대로 사들이는 얼리 어답터(선도 소비자)로서,혹은 핵심 모니터링그룹으로서 이들 프로슈머는 생산자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소비사회에서 프로슈머 등 전문소비집단의 입소문(mouth to mouth)을 이길 마케팅기법이란 없다.

더구나 현재 정보통신사회 속에서 입소문은 컴퓨터의 마우스 클릭을 통해 빛의 속도로 퍼지고 있지 않은가.

기업들이 수적으로 한 줌밖에 안되는 프로슈머그룹에 마케팅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이 같은 이유에서다.

◆소비자 충고가 성공비밀

IT(정보기술)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사회에서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콘텐츠 등 분야가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히트 제품을 보면 하드웨어적 요소보다는 대부분 소프트웨어나 콘텐츠적 요소의 차별화가 성공포인트로 작용한 경우가 많다.

이는 프로슈머 그룹이 맹위를 떨치는 토대로 작용한다.

제품의 히트 및 성공을 프로슈머와 연결시킬 수 있는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난해 11월 출시 후 국내외에서 500만대가 팔려나간 초콜릿폰의 히트 비결로는 복잡한 기능을 과감하게 생략한 심플 디자인,터치센스 방식의 버튼,고급스런 컬러(색깔) 등을 꼽고 있다.

제품의 하드웨어적인 요소를 빼고,초콜릿폰에 적용된 상당수 아이디어가 바로 '싸이언 프로슈머'그룹에서 나왔다는 게 LG전자 측의 전언이다. 이들 프로슈머그룹은 초콜릿폰에만 무려 8000여건의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운영하는 '오토프로슈머'도 프로슈머 마케팅의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 출시한 LUV(럭셔리 유틸리티 차량) 베라크루즈의 이름은 '오토 프로슈머'의 의견이 적극 반영해 결정됐다.

진로 참이슬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의 '저도주'유행을 이끌고 있는 두산의 '처음처럼'도 프로슈머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두산 마케팅팀 관계자는 "수개월에 걸친 시장조사 등을 통해 프로슈머 그룹이 제품 컨셉트는 물론 도수,네이밍작업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진화하는 프로슈머 컨셉트

기업들도 이젠 프로슈머 그룹을 단순히 물건을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라,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영향력과 간섭이 기업에 엄청난 플러스(+)효과를 안겨주고,이들을 무시했다간 시장퇴출까지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슈머의 요구사항을 반영시킨 제품개발과 마케팅 활동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고객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들 프로슈머는 충성도 높은 단골고객으로서,또는 입소문 마케팅의 진원지로서 엄청난 광고마케팅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또 신제품 개발이나 신시장 진출 등에 따른 비용 및 위험을 줄여주는 것도 프로슈머의 몫이다. 프로슈머를 통해 '없던 시장'이 새로 탄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기업들의 신규시장 진입에 있어서 프로슈머가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셰이브 로션이 전부였던 남성화장품 시장도 프로슈머의 맹활약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기업은 프로슈머를 통해 시장 잠재력을 예측하고,프로슈머를 통해 기호 시장트렌드를 파악한 후 그에 걸맞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이들 프로슈머의 선도소비와 입소문 때문에 기업은 어마어마한 광고마케팅비를 절감할 수 있다.

소망화장품이 최근 출시한 '꽃을 든 남자 코엔자임Q10 포맨 링클 앤 화이트닝 에센스'는 프로슈머마케팅의 결과물이다.

지난해 GS홈쇼핑은 쇼핑호스트를 채용할 때 막강 프로슈머그룹인 VIP고객을 초빙,심사위원으로 삼았다.

홈쇼핑의 방송 콘텐츠도 상품인 만큼 프로슈머의 지평이 경영일반으로까지 넓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