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 추적 가속도…론스타 임원 영장 재심사 변수

검찰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규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첫 고비를 힘겹게 넘어섬으로써 지지부진하던 수사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2003년 8월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넘어갈 때 계약을 주도했던 이강원 전 행장의 영장 발부 여부는 검찰에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검찰은 수사 중반까지 `정책적 판단'을 처벌할 수 있느냐는 문제 때문에 고심했지만, 180만여건의 파일과 이메일, 자문사의 서류 등을 분석하면서 수사 착수 7개월여만에 헐값 매각이 정책적 판단이 아닌 인위적 조작에 따른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이 매각 핵심 인물인 이 전 행장을 우선 구속하기로 결정한 것도 그 만큼 의도적인 범죄 입증에 자신이 있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이 이 전 행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외환은행을 더 비싼 가격에 매각할 수 있었는데도 부실을 과장해 저평가된 금액에 서둘러 론스타에 팔아 결과적으로 외환은행과 주주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 `정책적 판단' 반박 무너뜨릴까 = 6일 열린 이 전 행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는 헐값매각이냐 아니냐가 최대 쟁점이 됐다.

이 전 행장측은 "검찰이 주장하는 피해액은 범위 안에 있어 여러 가지 경우 수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며 고의성을 반박했다.

이 전 행장의 영장이 소명 부족으로 기각됐다면 사실상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법원이 내리게 되는 셈이어서 금융 당국 등 배후를 캐는 수사는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검찰은 "정책 라인과의 연관성 등 진상을 규명하는 데 (이 전 행장의 신병확보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이 전 행장의 구속영장 발부가 본격적인 사법처리의 신호탄임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정책적 판단'이었다는 당시 정책 라인의 주장을 깨뜨릴 단서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전해져 이르면 이번 주말 금융당국 관련자 2~3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 이 전 행장의 구속 영장에 관련자들 수사 상황도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론스타 본사 임원 체포영장도 변수 = 검찰의 영장 청구를 잇달아 기각했던 법원이 이 전 행장의 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법원과 검찰의 영장 갈등은 일단 진정되는 듯한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7일 예정된 미국 론스타 본사의 엘리스 쇼트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 법률이사의 체포영장, 론스타 코리아 유회원 대표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수사의 완성도를 가늠할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검찰은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론스타의 파트너인 외환은행의 최고 경영자가 구속된 만큼 론스타 본사 임원들도 의혹을 떨치기 어렵게 됐지만, 체포영장이 발부되지 않으면 검찰이 이들을 추궁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휴일에도 법원과 체포영장 기각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것은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증거 인멸 시도를 차단한 상태에서 유씨의 여죄 여부를 밝혀야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의 주가조작 개입 여부나 론스타의 법률 자문인 김&장의 역할도 규명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불구속 상태에서는 (말맞추기 등 증거인멸 때문에) 제시하기 어려운 결정적인 증거 자료를 근거로 추궁해 공범, 관여 정도를 밝혀야 한다"며 범죄 단서도 확보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법원이 이미 기각한 영장의 판단 근거를 뒤집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유씨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법원은 검찰과 달리 가볍게 보고 있는 점도 영장 기각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어 검찰은 7일 영장실질심사에서 다시 수사력을 시험대에 올려놓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