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부터 붐을 타기 시작한 인도인들의 해외 이민은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으면서 더욱 활기를 띠었다.

가까운 동남아 국가들은 물론이고, 멀리는 남아메리카 등지로 이민의 흐름이 이어졌다.

그후 일부 인도인들이 영국 캐나다 미국 등 선진국으로 이주하면서 독자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됐다.

전 세계의 재외 인도인이 2000만명이나 되는 것도 일자리를 찾아 떠난 오랜 이민의 역사 덕분이다.

농장노동자로 이리저리 떠돌아야 했던 인도 이민자들이 이제는 선진국의 주류사회로 진입하면서 위력을 떨치고 있다.

단적인 현장이 실리콘밸리다.

현재 이곳에서 창업하는 기업 10개 중 4개가 인도계이며,전체 엔지니어의 3분의 1이 인도인이라고 한다.

IT산업은 물론이고 미국 기초과학분야의 주요 인물들 중에 인도인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프리카의 상권도 인도인들의 손에 잡혀 있다.

요즘엔 고국살리기에 나선 인도이민자들이 국제적인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인도 직접투자의 30% 이상이 소위 인상(印商)들에 의해 이뤄지면서 인도의 경제성장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신호에서 인도경제의 견인차로 지목한 '디아스포라(Diaspora)'는 바로 이들이다.

디아스포라는 '이산(離散)'이란 뜻의 그리스어로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을 지칭했는데,지금은 초국가적 민족공통체의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중국의 디아스포라는 화상(華商)이다.

"바닷물이 닿는 곳에는 어디에나 있다"고 하는 이들은 그 끈끈한 동질감으로 '범(汎)중화경제권'을 형성하면서 중국경제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상과 화상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한상(韓商)이 있다.

650만명이나 되는 우리 해외교포들이 강력한 디아스포라 집단을 형성한다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다.

얼마전 열린 세계한상대회에서 "모국의 경제발전을 돕고 화상과 인상을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상네트워크를 구축하자"고 한 다짐이 조속히 영글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