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확대해 분양가 인하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민간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가 추진되는 것 같다.

학계,연구단체,시민단체가 참여한 '분양가 제도개선위원회'가 민간택지 아파트도 원가를 따져 공개항목과 함께 시행방법과 시기 등을 정하기로 하고,다음주 초 발표할 부동산 대책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의 다급한 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근본적으로 시장 질서를 흔드는 조치로 부작용만 키울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대책이 아니다.

물론 1998년 말의 분양가 자율화(自律化) 이후 아파트 분양가가 지나치게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온 것은 사실이다.

특히 민간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불안하게 할 정도로 높게 책정돼 집값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가 원가 공개를 통해 분양가를 낮추면 집값 폭등세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그러나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시장원리를 무시하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고,최근의 판교와 은평뉴타운,검단신도시로 촉발된 집값 폭등이 분양가만의 문제라고 볼 수도 없다. 분양원가 공개가 집값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시장을 왜곡(歪曲)시켜 주택수급을 불안하게 만드는 역기능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분양원가 공개는 주택공급의 위축을 불러와 또다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원가공개로 수익성이 떨어지면 건설회사들이 집짓는 일을 기피하게 될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분양가는 어느 정도 낮추겠지만 주택의 품질저하를 피할 수 없게 돼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지금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이라는 데 있다.

수도 없는 안정대책이 나왔지만 집값은 여전히 오르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시장질서에 어긋나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 시기를 놓친 땜질처방만 남발하고 있는 탓이다.

민간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도 시장과 거꾸로 가는 방안이기는 마찬가지다.

거듭 강조하지만 집값을 잡는 최선의 대책은 수요가 있는 곳에 많은 집을 지어 공급하는 것이다.

정부의 근본적인 발상(發想) 전환이 시급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