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의회-공화 백악관 장악구도 월가엔 '藥'

미국 의회 장악권이 12년만에 처음으로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선거에 임하는 월가의 태도는 전례없이 '무덤덤'하기만 하다.

월가 관계자들은 전통적으로 재계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평가돼온 민주당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다우존스 지수가 기록적인 12,000선을 돌파한 후 전반적인 호조를 이어가고 있음을 지적했다.

제프리 앤드 코의 아트 호건 애널리스트는 AFP에 "민주당의 승리가 표면적으로는 경제와 재계에 나쁜 뉴스로 비칠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는 일반화된 오해"라고 말했다.

DWS 스쿠더의 로버트 프뤠흘리치 애널리스트도 "민주당이 의회를 지배하고 백악관은 공화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마찰이 이어지면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일반적으로 우려된다"면서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약일 수 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이 때문에 경제에 대한 정치권의 입김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무소식이 희소식일 수 있다"고 프뤠흘리치는 지적했다.

캔터 피츠제럴드의 마크 파도 애널리스트도 "민주당이 공화당의 지출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다"면서 "이것이 안정을 원하는 미국인의 바람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야당(민주당)이 상.하원 가운데 최소한 한 곳이라도 장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구도"라고 덧붙였다.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 오웬 피츠패트릭은 과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야당인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했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때 월가가 나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증시는 어떤 식으로든 중간선거 결과에 영향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입을 모았다.

AG 에드워드의 앨 골드먼 애널리스트는 공화당이 하원을 잃는 대신 상원은 어렵사리 지키지 않겠느냐는 바람이 월가 일각에 남아있다면서 그러나 상원까지 민주당에 넘어갈 경우 "일시적인 투매가 초래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이 예상 외로 현재의 의회 구도를 깨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증시에 탄력이 더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간선거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반응은 월가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조지프 퀼란 수석애널리스트는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미국이 보호주의와 고립주의 쪽으로 더 이동할 것이라는 점을 주목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득세하더라도 경제정책 기조를 크게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는 현실론도 제기됐다.

노무라 증권의 데이비드 레슬러 애널리스트는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도 특히 경제적 이슈들에서는 (공화당에 비해) 특별히 튀는 정책을 내놓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민주당의 부상을 월가 일각에서 걱정하고 있기는 하나 전반적인 관측은 민주당이 승리해도 "큰 변화가 초래되지 않을 것이라는 쪽"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중간선거가 통상적으로 증시를 부양하는 효과를 내왔다면서 지난 1934년 이후 선거를 앞두고 개장일 기준으로 8일간 다우지수가 평균 2.9% 상승하는 것이 관례였음을 상기시켰다.

어드바이저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찰스 리버맨 수석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증시가 아직은 상승 여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면서 그간 호조를 이어온 3.4분기 미국 주요기업 실적 발표가 이번주에도 증시에 뒷 힘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이 승리하면 조지 부시 행정부의 기업감세정책에 제동이 걸려 증시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월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로이터는 유가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주 나올 주요 지표들도 주목된다면서 오는 9일 미국 무역적자 통계가 나오는 점을 상기시켰다.

지난 8월 기록적인 699억달러를 기록한 적자는 9월에 660억달러로 감소됐을 것으로 로이터는 추산했다.

월가 인사들은 그러나 임금과 고용 지표들이 일부 엇갈리고 있는 점도 변수라고 지적했다.

즉 미국의 노동생산성과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가 예상 외로 위축된 점을 상기시켰다.

반면 지난 주말 나온 10월 실업률이 지난 5년 6개월여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점도 변수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리버맨은 "이처럼 노동관련 지수들이 엇갈린데 대해 월가가 이유를 분석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실업률이 낮은데도 성장이 이어지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인플레 우려가 높아질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