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在祐 < 아주그룹 부회장 · jwkim101@chollian.net >

'나의 적(敵)은 나였습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사격경기에서 금메달을 아주 근소한 차이로 놓쳤던 강초현 선수. 당시 18세였던 그녀의 귀국 환영 인사말이 내 가슴을 쿵하고 때렸다. 그 무렵 나는 위기에 빠진 벽산의 기업회생(回生) 작업을 한창 벌이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는 채권기관의 평가를 받고 한숨을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 선수의 고백은 중학교 1학년 시절 연세가 지긋한 한문 선생님이 읊어 주시던 논어(論語)의 술이편(述而篇) '子曰,三人行(자왈 삼인행)에 必有我師焉(필유아사언)이니라'는 대목을 새삼 떠올리게 했다.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으니 좋은 것은 본받고 나쁜 것은 살펴 스스로 끊임없이 고쳐야 한다'는 가르침일 게다.

그렇다. '내가 바로 나의 적이다. ' 내가 이전의 성공체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또 다른 성공을 할 수 없다는 지혜는 변화와 혁신이 선택의 문제가 아닌 사활의 문제가 된 기업경영에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현재 활동중인 기업은 적어도 지금까지 한 번 이상 성공했기 때문에 오늘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간의 경쟁은 스포츠 경기보다 훨씬 더 치열하다. 특히 1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글로벌 기업환경은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모든 기업들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다. 또한 기업간의 경쟁에는 패자부활전이 없다.

게다가 성장이 멈추다시피 한 기업 경영환경은 비교적 높은 성장을 누리던 시대와는 전혀 다르게 경기방식과 룰이 변해버렸다. 해마다 성장을 전제로 하던 지난 시절에는 일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경비삭감,자본지출 축소,경비절감과 같은 비교적 쉬운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체된 경영환경은 '어느 제품생산을 중단할 것인가? 어느 사무실을 폐쇄할 것인가? 의사결정시스템은 제대로 되어 있는가?' 등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업혁신은 마치 달리는 자동차의 바퀴를 갈아 끼우는 고난도의 정교한 작업이다. 단기적으로 경영 성과를 내면서 경영시스템과 조직구성원의 유전자(DNA)를 바꾸는 장기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인내가 반드시 필요하다. 핵심역량은 기계설비나 자산규모보다 사람에 의해 더 좌우되기 때문이다. 경영자의 자질 가운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한층 중요해지는 이유는 효과적인 대화와 설득으로 조직 구성원들을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변화와 혁신의 적은 내 안에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마치 도요타가 '타도(打倒) 도요타'를 외치듯이 아주는 지난날의 성공경험을 뛰어넘기 위해 오늘도 6시그마(Six Sigma)를 비롯한 경영혁신 활동을 진행하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