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체면이 땅에 떨어졌다.

법원의 잇따른 영장기각 때문이다.

법조비리 사건 영장 기각때만해도 혹시나 했었다.

하지만 국제 문제로 비화된 론스타 수사까지 법원에 의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됐다.

국제적인 망신이다.

검사들이 반응은 신경질적이다.

"남 장사하는데 소금이 아니라 아예 인분을 뿌리고 있다"며 사실상의 '수사방해'라고 흥분한다.

법조비리 사건 당시 현직 고법 부장판사를 구속한데 데한 법원의 보복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영장기각의 원인이 한마디로 '남의 탓'이란 얘기다.

검사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한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세계적인 사모펀드 부회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신중하게 결정한 것"이라며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자신했다.

이 말은 그러나 "(검찰이 제시한 구속사유가)피의자를 구금해서 조사할 정도는 아니다"는 영장전담 판사의 싸늘한 답변에 하루만에 허언이 돼 버렸다.

검찰이 3일 긴급 대책회의 끝에 영장을 재청구키로 했지만 "(법원의 영장기각은)한국의 법체계가 정의를 구현하는 데 있어 신뢰할만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는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의 비아냥에 속쓰릴 수 밖에 없게 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날 법조브로커 김홍수씨의 다이어리 마저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 다이어리는 검찰이 결정적 근거로 내놨던 핵심물증.6개월 동안 같은 필체로 기재된데다 경마장에서 수표를 바꿨다는 날 경마가 열리지 않는 등 기초사실 확인에서조차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김홍수씨로 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 국회의원 보좌관은 이날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의 사건수사 신뢰도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게 됐다.

물론 이같은 법원의 조치들이 '검찰 발목잡기'처럼 보일수도 있다.

검사들의 주장처럼 '검찰에 대한 법원의 사감이 반영된 것'일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큰 사건들에 대해 오랫동안 정예인력을 총동원해 수사를 했놓고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분명한 증거를 내놓지 못한 것은 일차적으로 검찰의 책임이다.

어설픈 일처리를 '남의 탓'으로만 돌릴 일은 아니다.

사회부=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