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자동차의 세계적인 경영자였던 혼다 소이치로는 성공이 아닌 '실패상'을 만든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해 책임을 묻기 보다는 그 원인을 찾아낸 직원에게 오히려 상을 주어 사기를 높인 것이다.

이에 힘입어 혼다는 자동차 엔진분야에서 세계 제1의 기술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무조건 부하직원들을 독려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려 하는 직장풍토에서 실패를 인정하겠다고 나선 것은 분명 발상의 전환이었다.

경영자의 이 역발상은 상사에 대한 믿음을 키웠고 아울러 새로운 도전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게 했음은 물론이다.

직장에서 '아랫사람에 대한 신뢰'는 상사가 가져야 할 제1의 덕목으로 꼽힌다.

얼마전 유명 컨설팅 업체인 디벨로프먼트 디멘션즈 인터내셔널과 배드보솔러지 닷컴이 미국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상사의 으뜸가는 덕목이 신뢰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부하들이 가장 싫어하는 상사는 어떤 모습일까.

세세한 일까지 챙기고,우유부단하고,권한을 위임하지 않고,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인데,그중에서도 자기는 일하지 않으면서 '이래라 저래라' 지시만 하는 상사다.

요즘 여러 기업에서는 부하들에게 지시와 코멘트만 하고 정작 본인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소위 '빨간펜 상사' 때문에 상·하간 갈등이 자주 불거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빨간펜 상사는 퇴근 무렵 빨간색 펜을 들고 와 업무내용을 수정만 해주고 유유히 퇴근길에 나선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불성실한 상사에 대한 불만은 주로 신세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과거에는 상명하복의 기업문화가 자리잡아 감히 이런 문제들을 들춰낼 수 없었으나,이제는 조직문화가 바뀌면서 여과없이 불평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상사라 해서 턱끝으로 지시나 하고,잘못만을 짚어내 벌을 주려고 한다면 조직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게 뻔하다.

업무를 주도적으로 챙기고 수시로 아이디어를 던져주는 상사가 진정 리더로서 대접을 받는 시대가 됐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