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부분 분과의 협상이 종료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협상 결과를 종합해 보면 성공적인 타결을 위해서는 양국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는 느낌이다. 물론 미국이 1,000개 품목의 관세를 즉시 철폐키로 하는 등 상품개방에 일부 진전도 있었지만 양국이 당초 일정에 없었던 6차 협상을 내년 1월 중순에 열기로 했다는 것은 연내 기본 합의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그동안 양국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큰 쟁점들이 적지 않아 협상과정이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점은 이미 예견됐던 바다. 한미 양측의 교역규모가 720억달러대에 달하고 있어 협상의 분야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다 민감한 부분들도 적지 않은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올 2월 FTA 협상 개시를 선언했을 때는 연내 기본합의에 대한 기대가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협상의 진척도를 보면 솔직히 걱정되는 측면이 없지 없다.

물론 연내 합의에 얽매여 FTA를 졸속적으로, 또 성급하게 처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미국으로선 대통령의 신속처리권한을 활용할 수 있을 때, 또 우리로서는 내년 본격적인 대선정국으로 들어가기 전 조금이라도 차분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매듭짓는 것이 유리하다는 그런 의미다.

어쨌든 이제 남은 문제는 연내를 넘기더라도 내년 초까지는 과연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연내 마지막 협상인 5차 협상은 그런 측면에서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4차 협상에서 미국은 공산품에서, 우리는 농산물에서 일부 양보를 하기는 했지만 섬유 분야, 자동차 분야, 농산물 분야, 무역구제 분야 등 핵심쟁점은 모두 5차 협상으로 넘겨진 상황이고 보면 특히 그렇다. 6차 협상도 결국 5차 협상에서 타협의 큰 물줄기를 잡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한마디로 한미 양국은 이제 협상의 성사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양보를 전제로 해서는 협상 성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섬유, 자동차, 무역구제 등의 분야에서 한발 물러서고, 우리는 특별세이프 가드 도입을 전제로 농산물 개방수준을 좀 더 확대하는 등의 양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