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는 다음 달 중순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이번에는 그의 출장 목적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제가구박람회 참관이 아니다.

미국 10대 침대회사 중 하나인 K사와 에이스침대가 지난 3월 제품화한 '튜브코일공법' 기술 수출건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안 대표는 "튜브코일공법이 지난해 말 미국 특허를 받았을 때부터 K사에서 관심을 표명했다"며 "이번 출장에서 로열티를 받고 기술을 전수할지 아니면 제품을 직접 만들어 공급하게 될지 여부를 확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이 성사될 경우 '온돌' 국가에서 창업한 회사가 100년여의 전통을 지닌 미국 침대전문회사에 매트리스 제조기술을 한 수 가르치게 되는 셈이다.

◆세계 최고 침대기술 업체로 '우뚝'

에이스침대는 1963년 서울 인사동 가구골목에서 '에이스침대공업사'로 출범했다.

설립 초기 창업주인 안유수 회장은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미국 유명 브랜드의 중고침대를 낱낱이 분해하면서 기술을 익혔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에이스침대는 미국이나 이탈리아 업체들과 기술제휴를 맺고 선진기술을 배우는 입장이었다.

이 당시 미국 1위 침대업체인 실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에이스씰리'란 브랜드로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에이스침대는 1990년대 들어 '침대의 과학화'를 표방하며 기술자립을 선언했다.

창사 이래 줄곧 선진 기술을 습득하며 기술력 제고에 힘써온 자신감의 발로였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유명한 광고카피가 나온 것도 이즈음이다.

1992년 업계 최초로 설립된 침대공학연구소는 '에이스 침대과학'의 산실이다.

의학 인체공학 소재공학 수면과학 등의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10여명의 연구팀이 뇌파실험기,실험로봇 '컴퓨맨' 등 첨단기기를 이용해 과학적인 침대를 만들어 왔다.

1995년에는 세계 두 번째로 충북 음성공장에 하루 1000대의 매트리스를 만들 수 있는 첨단 전자동 무인 매트리스 생산설비를 갖췄다.

에이스침대는 2002년부터 매트리스 가장자리의 탄력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올인원 공법',일반 스프링의 쏠림현상을 방지한 'FTF 공법' 등 에이스만의 독자 기술을 선보여 왔다.

올 들어 잇따라 제품화된 '튜브코일공법'과 '하이테크공법'은 에이스 침대과학의 결정체.튜브코일공법은 스프링 하단을 판 모양으로 서로 연결하고 상단은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공법.탄력성 및 안정성이 뛰어난 일반형 스프링과 체압분산 효과가 좋은 포켓형 스프링의 장점을 결합한 것으로,미세한 흔들림과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스프링 상단을 특수 부직포로 감쌌다.

하이테크공법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스프링 대신 스프링판 상부를 부드러운 특수 우레탄 소재와 결합하는 신기술이다.

안 대표는 "1990년대 말까지 세계일류 수준에 근접했고 올인원·FTF공법 개발로 세계 선진 기업들을 넘어섰다면 튜브코일과 하이테크공법으로 확실히 앞서기 시작했다"며 "침대의 생명인 스프링 기술 만큼은 에이스가 세계 최고"라고 강조했다.

◆창사 이래 최대 이익

에이스침대는 튜브코일공법과 하이테크공법을 각각 적용한 '로얄 에이스'와 '에이스Ⅱ'의 판매 호조로 올해 매출목표인 130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매출 1154억원에 비해 13%가량 늘어난 수준.에이스침대는 올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와 9% 증가한 623억원의 매출과 7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반기 기준으로 창사 이래 최대 이익 규모다.

안 대표가 입사한 1991년 에이스침대의 매출은 300억원대.시장점유율은 20%대 초반으로 당시 기세등등하던 보루네오 등 종합가구업체들과 침대관련 매출만 비교했을 때 엇비슷하거나 약간 뒤졌다.

현재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35%대로 10%대인 2위권의 시몬스침대 등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이처럼 에이스침대가 국내에서 독보적인 1위 침대업체로 위상을 굳힌 것은 '침대'란 한 우물을 파면서 기술력 향상에 주력하는 한편 가급적 부채를 쓰지 않는 안정적인 경영을 해 왔기 때문이다.

무리한 사업확장을 해온 종합가구업체들이 외환위기를 맞아 줄줄이 쓰러질 때도 에이스침대는 흑자를 냈다.

1996년 개설된 코스닥시장의 원년 멤버인 이 회사는 상장 이후 10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안 대표가 CEO에 오른 2002년부터는 기존 부채를 다 갚고 무차입 경영에 들어갔을 만큼 재무구조도 튼튼하다.

◆'글로벌 에이스'로 간다

에이스침대의 과제는 해외 시장 진출.성숙단계에 접어든 내수 시장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1993년 중국 광저우에 매트리스공장을 설립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으나 아직까지 시장이 중국과 동남아지역에 머물고 있다.

또 해외 매출 규모도 연 50억~6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에이스침대는 세계 침대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진출을 위해 2000년 들어 세계 최대 가구박람회인 '밀라노 전시회' 참가를 적극 추진해 왔다.

제품력과 품질을 전세계 가구업계로부터 인정받아 선진 시장 진출의 관건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자국 업체 배정을 우선하는 주최측인 이탈리아가구협회의 텃세에 밀려 전시업체 참가는 쉽게 성사되지 않고 있다.

안 대표는 "주최측에서 몇 차례 부스를 배정해 주기도 했으나 자리가 후미진 데다 전시면적이 좁아 매번 사양했다"며 "세계적인 유명 업체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9월 밀라노 부근에 현지 생산법인인 '자나'를 설립하고 올 4월부터 '자나'란 브랜드로 시판에 들어갔다.

'자나'법인 설립은 침대의 본고장인 유럽 시장 진출과 함께 밀라노 전시회에 입성하기 위한 전략적 의미도 담고 있다.

안 대표는 "'자나'는 지난달 이탈리아가구협회의 일원으로 모스크바 국제전시회에 참가하는 등 이탈리아 업계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며 "내년 밀라노 전시회에는 '에이스 자나'란 간판으로 당당히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