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전환 후 PS 3경기 8이닝 무실점 행진

'조커' 문동환(34.한화)이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

4-1로 확실한 리드를 잡은 4회부터 그는 권준헌과 함께 출격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선발로도 불펜으로도 나서는 '스윙맨' 문동환의 컨디션에 따라 이번 시리즈에서 한화의 성패가 달렸다.

한화가 1패를 안은 채 돌입한 23일 한국시리즈 2차전.
문동환은 2-4로 추격당하던 4회 2사 1,2루에서 정민철로부터 마운드를 물려받았다.

지난 16일 현대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뒤 1주일 만의 등판이었다.

첫 타자 조동찬을 3루 땅볼로 잡는 듯 했으나 볼을 잡은 3루수 이범호가 글러브에서 공을 늦게 빼내면서 실책으로 기록됐고 문동환은 곧바로 2사 만루 위기에 처했다.

삼성의 주포 양준혁과 외나무 다리 승부. 올 시즌 삼성전 5경기에 나서 1승4패, 평균자책점 4.55로 좋지 않았던 문동환에게 최대 고비였다.

양준혁에게는 11타수에 3안타를 맞았고 볼넷은 4개를 줘 쉽게 볼 상대는 아니었다.

문동환이 택한 승부구는 체인지업이었다.

등판하자마자 최고 147㎞짜리 직구로 불을 뿜었던 문동환은 몸쪽에 붙은 141㎞짜리 체인지업으로 양준혁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한 숨을 돌렸다.

정규 시즌 16승을 거둔 관록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0㎞대 초반에 그쳤지만 푹 쉰 덕분에 볼 끝이 좋았다.

스트라이크존으로 힘 있게 살아 들어오는 반포크볼성 체인지업을 그냥 잡아 당겼다가 삼성 타자들은 평범한 3루 땅볼로 낭패를 봤다.

6-2로 앞선 7회 2사 1,2루 두 번째 위기에서도 문동환은 박진만을 몸쪽 139㎞짜리 직구로 간단히 땅볼 처리했다.

문동환은 슬라이더와 직구로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고 체인지업으로 승부를 거는 영리한 투구로 제 몫을 120% 이상 해냈다.

3⅔이닝 동안 1피안타, 2볼넷 무실점의 완벽투. 준플레이오프 1차전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선발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지만 플레이오프 3차전부터 불펜으로 돌아선 이후 이날까지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 행진이다.

문동환에게 한국시리즈 첫 승리는 그렇게 찾아왔다.

1997년 롯데에서 프로 데뷔한 후 9년 만이다.

그는 1999년 롯데 시절 한국시리즈 2경기에 나섰지만 1패, 평균자책점 7.20으로 좋지 않았다.

1차전에서 삼성의 배영수가 한국시리즈 개인 통산 첫 선발승을 안은 데 이어 문동환도 감격 시대를 열어젖힌 셈.
문동환은 "내가 잘 한 것 보다 선발 정민철이 잘 막아줘 호투할 수 있었다.

롯데 시절 마무리로도 나서봤기에 불펜으로 등판할 때 부담은 있지만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과 정규 시즌 막판 직구를 많이 얻어 맞아 오늘은 포수와 상의, 70-80%는 체인지업으로 승부를 던졌다.

4회 양준혁과 대결이 승부처였는데 역시 체인지업을 던졌다"고 돌아봤다.

한국시리즈 첫 승을 신고한 문동환은 "첫 승에 대한 감격보다 1차전을 패해 2차전이 정말 힘든 경기였는데 팀이 이겨 기분이 좋다.

오늘 경기까지 내줬다면 정말 힘들 뻔 했는데 우리 팀이 대전 홈구장에서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워낙 강하다 보니 3-4차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동환과 마무리 구대성 등 30대 중후반의 필승 계투조가 원기를 회복하면서 7년 만의 패권 탈환에 나선 한화가 강력한 방패를 구축하게 됐다.

(대구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