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올 들어 23일까지 한국 주식을 11조465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8602억원을,코스닥시장에서 6053억원을 각각 팔았다.

이에 따라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비중은 연초 40% 선에서 현재 37.81%로 낮아졌다. 하지만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상장된 모든 주식에 대한 비중을 줄였을까. 그건 아니다.

외국인은 한국 시장 전체에 대해선 매도 우위를 보였지만 개별 우량주는 오히려 순매수 규모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비우량주 보유 비중은 낮추는 대신 소수 우량주만 선별적으로 사들인 것이다.


◆ 외국인 5% 이상 보유 종목 급증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올 들어 국내 주식을 순매도한 가운데서도 5% 이상 보유 종목 수는 작년 말보다 크게 늘어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종목 수는 작년 말 214개에서 9월 말 현재 237개사로 10.75% 증가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 5% 이상 보유 종목은 같은 기간 222개사에서 270개사로 21.62% 급증했다.

상장사 5% 이상 지분을 대량 보유한 외국인 수도 유가증권시장에서 9월 말 현재 164곳으로 작년 말 대비 8.6% 늘었으며 코스닥시장에서도 161곳으로 9개월 새 16.7% 증가했다.


그렇다면 외국인이 올 들어 새로 5% 이상 사들인 종목은 어떤 것들일까.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금호전기 오리온 한일시멘트 현대제철 신세계 빙그레 롯데칠성 우성넥스티어 영원무역 현대모비스 퍼시스 G2R CJCGV 등이 눈에 띄고,코스닥시장에서는 CJ홈쇼핑 테크노세미켐 에스티아이 태웅 엘림에듀 현진소재 유비프리시젼 KH바텍 메가스터디 등이 새로 추가됐다.

외국계 펀드별로 보면 △프랭클린뮤추얼의 경우 올 들어 한일시멘트와 롯데칠성 퍼시스 등 3개 종목을 5% 이상 신규 취득했으며 △JF애셋매니지먼트는 오리온과 태평양제약 △웰링턴매니지먼트는 G2R와 CJCGV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은 현대제철과 현대모비스를 5% 이상 대량 사들였다.

◆ 글로벌 펀드들은 주식 더 샀다

외국인의 잇단 차익 실현으로 외국인 시가총액은 연초 260조원에서 이날 현재 253조원으로 2.7% 감소했다. 하지만 글로벌 펀드들의 평가금액은 오히려 늘어났다. 지수가 올 들어 마이너스를 보인 가운데 평가금액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주식을 더 샀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대형 펀드들의 보유 금액(현 시가 기준)은 9월 말 현재 40조4442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7조5264억원 증가했다.

국내 외국계 펀드 가운데 최대 큰손인 미국 캐피털 리서치 앤드 매니지먼트(CRMC)의 경우 보유 금액이 무려 7조4510억원에 달했다. 이 펀드는 현재 국민은행과 현대차 LG전자 신한지주 등 21개 종목을 5% 이상씩 보유 중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이는 외국인이 한국 시장의 장기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우량주에 대해선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