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어제 방한,우리 외교장관과의 회담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을 접견하고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대응방안을 협의했다. 라이스 장관은 우리 측에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 참여 확대와 함께,금강산 관광 등의 투명성을 문제삼으면서 경협사업의 재고(再考)를 요청했다. 미국은 이미 수차례 공개적으로,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측에 대북 제재의 동참을 요구해왔음을 생각할 때 이미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이제 중요해진 것은 우리 정부의 정책 결정이다. 더구나 북이 추가 핵실험까지 감행한다면 국제사회의 제재 강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고,우리도 보다 분명하고 단호한 응징조치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 북의 핵위협에 직면한 우리로서는 동맹국인 미국과의 확고한 공조체제 구축만큼 시급한 일이 없다는 얘기다.

물론 PSI 참여를 비롯해,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된 정책판단이 쉽지 않은 문제임에 틀림없다. 남북간 직접 충돌(衝突)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이미 수조원의 자금이 투입된 경협사업이 중단될 경우의 파장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남북경협 사업은 북의 핵개발을 위한 돈줄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금강산 관광을 문제삼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는 경협사업에 의해 북에 전달되는 자금이 핵무기 개발 등에 전용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솔직히 그런 식의 검증이 가능한지조차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미국이 북한의 선박검색을 안보리 결의에 근거한 '강제의무'라고 규정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 정부는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고,남북 경협사업은 '중단할 수 없고 추진방식을 개선해 보겠다'는 식으로 미국과의 마찰만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사회의 단호한 제재 움직임과도 엇박자로 가고 있는 우리 정부의 이 같은 태도가 오히려 북이 상황을 오판하도록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지금 국제사회의 눈길은 북의 핵실험 못지않게 우리 정부의 대응(對應)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국제사회 모두를 협박하고 나선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으로 넘어갈 일은 결코 아니다. 지금 북에 대한 적극적인 제재 말고 다른 선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