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세계 곡물파동 오나 ‥ 밀 재고 27년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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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을 비롯한 곡물류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향후 12개월 이내에 심각한 공급 위기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7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애널리스트 압돌레자 아바시안의 말을 빌려 "곡물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며 "만일 내년에도 가뭄 등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어들 경우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이치뱅크의 원자재 조사팀장 마이클 루이스는 이와 관련, "지난 7년 가운데 6년간은 밀의 수요가 생산보다 많았다"며 "공급 부족이 올 한해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밀시장의 가격 변동은 일반적으로 10월에 가장 심하다.
이는 남반구에서 수확량 잠정치가 나오고 북미 겨울밀의 내년 봄 수확량을 예상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곡물시장에 몇 가지 우려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밀의 재고량이 25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특히 소비량 대비 재고는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밀 가격은 부셸당 5.25달러로 이달에만 19% 급등했다.
공급난에 대한 우려는 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상황은 다른 곡물의 경우도 엇비슷하다.
번스타인 리서치사에 의하면 옥수수가 올들어 약 12% 오른 것을 비롯해 쌀 보리 귀리 코코아 커피 등 곡물류의 가격도 올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옥수수 재고는 1979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과거의 예를 보더라도 곡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마이클 루이스는 "옥수수와 밀 가격은 역사적으로 볼 때 아직도 낮은 수준"이라며 "1996년의 최고치에 도달하려면 아직도 각각 135%와 60%의 여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낙관적 견해도 있다.
영국·아일랜드 제분업자협회의 개리 샤키는 "밀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올 겨울에는 밀을 더 많이 심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겨울철 날씨만 괜찮다면 내년 봄에는 수급 불안이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견해 역시 날씨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정확한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한 변수인 날씨는 곡물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올해에도 당초 날씨에 대해서는 특별히 우려하지 않았으나 호주에 가뭄이 닥치면서 생산량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40억t으로 줄어들었다.
결국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북미로 수입선을 돌려야 했다.
내년 기상 상황도 결코 순탄치만 않을 것이라는 예보는 그래서 곡물 시황에 대한 우려를 더하게 한다.
특히 지금처럼 여유가 없는 수급 상황에 투기 세력이 가세한다면 공급난은 더욱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빡빡한 시장 상황에서 헤지펀드가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에 나서면 작은 규모의 자금으로도 가격 폭등을 가져올 수 있다.
또 연료와 연관된 곡물의 소비가 늘어나는 경우도 곡물가격 안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