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증설 허용 문제가 끝끝내 말썽이다.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첫 작품으로 내놓은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이 이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아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는 집중타를 맞은 데 이어 이번에는 허용 검토대상 기업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재경부는 지난달 27일 종합대책 발표 당시 허용 검토대상 기업이 4개라고 언급했으며,박병원 재경부 차관은 이틀 뒤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4개 기업은 KCC 팬택 한미약품 현대제철 등"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의 얘기는 전혀 다르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박 차관이 거론한 4개 기업 중 2개 기업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16일 확인했다.

산자부는 박 차관의 발언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마저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부처간 실무협의에서 검토 대상기업을 구체적으로 거명했는데 사실과 다르게 얘기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히고 있다.

산자부는 하이닉스반도체 건에 대해서도 재경부와 다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권 부총리는 추석 전 간부회의에서 "하이닉스 이천공장에 대한 소모적 논쟁으로 인해 종합대책의 중요성이 반감되고 있기 때문에 하이닉스의 허용 여부를 12월 중순까지 결론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산자부는 이에 대해 "하이닉스는 검토 대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태스크포스(TF)에서 한번도 논의된 적이 없다"고 정반대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정부 부처내 견해는 다를 수 있다. 어떤 경우엔 다른 것이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사인이 외부로 흘러 나올 때는 일관된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애꿎은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수도권 공장 증설과 관련해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재경부에 의해 거명된 4개 기업 중 일부 기업은 수도권에 공장을 세운다는 이유로 수도권 외 지방자치단체나 시민·환경단체로부터 공격을 받아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공장 증설이 불허된 기업들도 신뢰도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 후유증은 누가 감당할지 걱정이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