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군사적 제재를 배제하는 대신 강력한 외교적·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물자와 기술의 대북 거래 금지,자금과 금융자산 등의 동결,화물검색 협조 등이 그 골자다. 초안보다 완화되긴 했으나 안보리 결의가 어느 때보다 신속했고 강도가 높은 것만 보더라도 국제사회의 대응의지가 얼마나 단호한지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그런데도 북측은 결의내용을 즉각 거부한데 이어 "미국의 압력이 가중되면 이를 전쟁선포로 간주하고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런 적반하장(賊反荷杖)이 또 있을까 싶다.

유엔 결의로 북은 경제·외교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화물검색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엇갈리고,앞으로 30일 내에 유엔 회원국들이 통보하게 되어있는 이행조치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없지 않지만 대북제재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게 틀림없다. 제재의 강도가 북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달라질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우리의 대응조치다. 이미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와 조율된 대응을 강조해온 만큼 안보리 결의의 틀 안에서 철저하고 냉정한 대처방안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같은 맥락에서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 등의 정책방향도 결정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나 여당이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대북제재 움직임은 아랑곳않고 섣불리 대북 포용정책과 경협사업의 지속적인 추진부터 주장하고 나서면서 국제사회의 의심만 사고 있는 것은 정말 한심한 일이다. 이런 태도가 북의 추가 핵실험 등 오판(誤判)을 부추긴다고 해도 할말이 없을 지경이다. 더구나 포용정책이나 남북경협이 북의 개방과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면,북이 제멋대로 핵도발이나 일삼는 등 거꾸로 가고 있는 마당인데도 무용지물로 돌아간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핵위협과 우리 안보 의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만큼 모든 대북정책은 앞으로 구체화될 국제사회의 제재방식과 수준에 일치된 보조를 취하는 원칙에서 결정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북의 핵위협으로 안보위기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우리와 동맹관계에 있는 미국과의 협력체제와 공조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도 북핵 대응 및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된 보다 합리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이유다.

북측도 더 이상 오판(誤判)하지 말고 무모한 도발을 중단해야 한다. 북은 안보리가 거듭 촉구했듯 모든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미사일 발사 중지, 6자회담 복귀 등 국제사회의 요구를 따르는 것만이 체제를 보장받고 심각한 빈곤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