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력 축구? 조직력 축구?..베어벡호의 색깔은?'

핌 베어벡(50)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태극호의 사령탑으로서 A매치에 데뷔한 지 두 달이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베어벡식 축구'의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비판이 심각하게 대두하고 있다.

지난 8월 16일 대만과 2007 아시안컵축구 예선 2차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지휘봉을 잡은 베어벡 감독은 지난 11일 시리아전까지 총 5경기를 치르면서 2승2무1패의 성적을 거뒀다.

외형적으로 볼 때 고개를 끄덕일만한 성적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5경기 중에 거둔 2승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4위의 약체 대만을 상대로 한 것일 뿐 베어벡호는 나머지 3경기에서 3골 5실점의 부실한 성적으로 축구팬들에게 실망만 안겨줬다.

과연 베어벡호는 지난 5경기를 치르면서 '색깔'을 국내 축구팬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베어벡호는 과연 '생각하는 축구'를 하고 있는 것인가.

베어벡 감독은 지난 7월 인터뷰를 통해 "한국 선수들에게 가장 적합한 '한국적 시스템'을 찾는 작업이 우선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국제 무대에서는 투지만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직접 봤다.

생각하는 선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리를 제대로 쓰는 영리한 선수들을 선발해 대표팀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것.
하지만 베어벡 감독은 자신의 사령탑 데뷔전인 지난 8월 16일 대만 원정에 무려 11명의 2006 독일월드컵 대표선수를 투입해 3-0 승리를 거뒀다.

자신이 공약했던 영리한 선수 발굴과 한국적 시스템의 정착과는 달리 기존 '아드보카트호'의 선수들로 데뷔전을 치른 것.
열악한 경기장 사정과 데뷔전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지만 '생각하는 축구'를 표방하며 의욕적으로 나선 '1기 베어벡호(號)'의 경기력은 깐깐해진 한국 축구팬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상대의 밀집수비를 끌어내기 위한 미드필더진들의 과감한 중거리슛 시도도 없이 측면과 중앙 만을 힘겹게 돌파하는 답답한 상황을 되풀이해 '생각하는 축구'를 모토로 내건 베어벡 감독의 의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베어벡호의 불안함은 지난 9월 2일 이란과 아시안컵 예선전에서 재현됐다.

해외파 선수들을 총출동시켜 '2006 독일월드컵 베스트11'을 만들었지만 후반 집중력 부족으로 선제골을 넣고도 1-1 무승부에 그쳤다.

한국보다 FIFA랭킹이 높은 이란(43위)을 상대로 베스트 멤버로 나섰다고 하지만 홈 무대에서 후반 종료 직전 수비수의 어설픈 볼 처리로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날 경기에서도 베어벡호는 측면에 의존한 단순한 공격루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15차례의 슈팅 시도에서 단 1골 밖에 넣지 못하는 어설픈 골 결정력에 울고 말았다.

다만 지난 9월 6일 대만과 홈 경기에서 8골을 쏟아 내면서 시원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박지성과 설기현, 이영표, 조재진 등 최강의 멤버로 무려 FIFA 랭킹에서 105계단이나 낮은 대만을 상대했다는 것 자체에 축구팬들은 실소를 보냈다.

'세대교체'를 표방한 가나와 평가전에서는 무려 4명의 선수가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영광(?)을 얻으면서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는 했지만 포백(4-back)에 대한 선수들의 전술이해도 부족과 공격루트의 부재로 1-3 패배를 당하면서 축구팬들의 눈총을 받았다.

더구나 베어벡 감독은 지난 11일 시리아전에서는 조재진 원톱에만 의존하는 단조로운 측면 크로스에만 의지한 채 상대의 밀집수비를 끌어낼 전술 변화의 시도도 없이 묵묵히 90분을 버티는 뚝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 5경기에서 베어벡 감독은 수석코치 시절 보여줬던 경기력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한 채 여전히 '무색ㆍ무취'의 모습으로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다는 인상만 남겨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베어벡호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으로부터 "수비수들의 전술이해도가 떨어진다.

총체적으로 재검토를 해야한다"는 진단을 받기에 이르렀다.

축구 국가대표팀을 비롯해 아시안게임 및 올림픽대표팀의 통합 지휘라는 막강한 권력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베어벡 감독이 총체적으로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축구에 제대로 된 처방전을 내려줄 수 있을 지 의문은 커지고만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