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에서 역사란 도전과 응전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위대한 이들의 삶이 평탄치 않았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청력을 잃고도 '합창'같은 불멸의 교향곡을 남긴 베토벤의 경우를 들지 않더라도 장애와 난관을 극복,후세에 빛을 던진 이들은 많다.

시각장애인으로 미국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가 된 강영우 박사의 인생 또한 운명이란 도전에 대한 응전의 연속이었다.

14살 때 아버지를 잃고,중학교 1학년 때 시력을 잃고,그로 인해 어머니마저 잃은 그를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연방정부 최고위직 500인 반열에 오르게 한 힘은 뭔가.

'꿈이 있으면 미래가 있다'고 역설해온 그가 최근 백악관 연설에서 자신의 성공요인으로 용기와 끈기,그리고 실력과 깊은 신앙심,주위의 배려,꾸준한 노력 등을 꼽았다고 한다.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라는 책 제목에서 보듯 그는 항상 그 어떤 것에도 굴복하지 않는 용기와 포기하지 않는 끈기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한국 최초 장애인 정규유학생,최초 맹인박사 등 '최초'라는 수식어가 거저 붙여진 게 아닌 셈이다.

지난 일이어서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지만 그가 국내에서 공부하던 60∼70년대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극심하던 시절이었다.

버스를 타려면 차장이 밀어내고 가게나 식당도 마음놓고 가기 힘들었다.

가수 이용복이 맹인이란 이유로 TV에 출연하지 못하던 시절이니 보통 사람에게 주어진 편견과 괄시가 어느 정도였을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뿐이랴.미국에 간지 3년8개월 만에 피츠버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도 국내 대학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아 8개월 동안이나 무직자로 견뎠다.

부인 석은옥씨는 미국에서 공부하던 때,맹인 남편에게 젖먹이를 맡기고 도서관에 자료 심부름을 갈 때면 집에 불이라도 날까 불안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강 박사의 인생은 자신의 실패와 좌절을 상황 탓으로 돌리는 이들에게 인간의 의지,용기와 끈기가 만들어내는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