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惠淑 < 이화여대 대학원장 hsllee@ewha.ac.kr >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인재가 중요한 지금,세계 각국은 인재 육성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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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어려서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영재(英材)나 신동(神童)에 관심이 많다.

우리나라도 과학기술부와 교육부가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아직 역사가 짧아서 여기서 교육받은 우리의 영재들이 진정한 인재로 잘 자라고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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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엘리트 양성 학교 중 헌터칼리지 초등학교가 있다.

1920년대 뉴욕에 설립된 이 학교는 아이큐 155 이상의 영재들만 받는다.

설립된 지 80년이 넘은 지금,한때 신동이었던 이 학교 졸업생들의 활약이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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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 학교 졸업생들은 다수 대학원을 졸업했고 대부분 좋은 직장을 갖고 제법 잘나가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 중 노벨상이나 퓰리처상 수상자는 하나도 없었고,전문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도 없었다.

그들은 영재였지만 천재로 크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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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무엇일까?

베스트셀러 '블링크(Blink)'의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한 학술대회에서 나이에 비해 빨리 배우고 많은 것을 아는 천부적 학습 능력과 어른이 돼서 천재적으로 잘 이뤄낼 수 있는 것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도 뉴턴,베토벤,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어려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은 천재들도 많고 아예 아인슈타인처럼 늦되는 사례도 있다.

글래드웰은 모차르트도 타고난 천재라기보다는 아버지의 노력과 남들보다 연습이나 훈련을 더한 결과라고 했다.

세 살 때부터 세 시간씩 피아노 연습을 했으니 여섯 살에는 이미 3300시간으로 같은 또래들의 연습 시간보다 세 배가 넘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습,연습,연습이 해답인가?

대가들의 공통점을 보면 그들에게는 샘솟는 호기심이 있고,문제 해결을 위한 탐구력과 집요하리만치 몰입하는 집중력,반복되는 연습과 훈련을 잘 견뎌내는 특성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천재들이 어릴 때부터 놀라운 능력을 드러내고,그들이 커서 큰 인물이 될 거라는 신화에 사로잡혀 있다.

매스컴도 이들의 얘기를 집중적으로 보도한다.

그러나 이 그릇된 신화로 영재들을 격려하는 동안 한편에선 우리가 얼마나 많은 미래의 잠재적 인재들을 좌절시키고 있는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우리나라 발전의 초석이 될 인재 육성에 지혜를 모아 효과적인 길을 다양하게 열어 놓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