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하락에다 원-엔 환율 하락까지 겹쳐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2일 원-엔 환율은 장중 한때 호가가 100엔당 800원 아래로 밀리면서 원-엔 환율 800대 붕괴 우려를 낳았다.

원-엔 환율 하락은 원화가 달러에 대해 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반면 엔화는 대 달러 약세 내지 보합세를 유지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원-엔 환율은 지난해 10월 100엔당 910원대에서 현재 800원대 붕괴를 위협함으로써 1년만에 12% 하락했으나 엔화는 현재 달러당 117-118엔대로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엔화, 유로화 등 대부분의 주요 통화들이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유독 원화만 2003년 이후 현재까지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의 '나홀로 강세' 현상이 원-엔 환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 대일 수출 '비상'

원화 강세로 인한 대일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하락은 대일 수출 둔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원-엔 환율 하락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대일 수출에서 나타난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금년 1-8월중 대일 수출은 전년동기비 11.2% 증가했으나 특수요인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2.9% 증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과 소니의 한일합작회사 설립에 따른 LCD 대일 수출 급증과 유가상승에 따라 수출가격이 크게 상승한 석유제품의 대일 수출이라는 두 가지 특수요인을 제외하면 대일 수출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5년 대일 수출 증가율은 10.7%였다.

특히 올 1.4분기의 경우 두가지 특수요인을 제거하면 대일 수출은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수출증가로 나타난 외형과 달리 원-엔 환율 하락효과가 이미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이같은 대일 수출 둔화는 가뜩이나 감소되지 않고 있는 대일 무역 적자를 악화시키고 있다.

올들어 지난 8월까지 대일 무역 적자는 16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0억달러에 비해 6억달러 증가했다.

LCD, 석유제품 수출 등 특수요인에 의한 수출 증가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대일 무역 적자 증가폭은 이보다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으며 올해 대일 무역적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 제 3국 시장에서 대일 수출 경쟁력 약화

원-엔 환율 하락은 미국, 유럽 등 제 3국 시장에서 한국 수출품의 대일 가격 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수출 감소를 불러올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컬러 TV, 컴퓨터 부품, 정보기술(IT)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들이 일본의 주력 품목들과 겹쳐 원-엔 환율 하락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 수출품들의 대일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의 수출은 아직까지 두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과거 수출증가율이 원-엔 환율의 움직임과 일정한 시차를 두고 밀접한 관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원-엔 환율 하락의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역협회의 신승관 동향분석팀장은 "한국의 상위 50대 수출품목 중 일본과의 중복품목의 수출 비중이 2004년 46%에서 지난해 50%로 높아졌다"며 "원-엔 환율 하락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LCD, 전자, 자동차, IT, 선박 등 한국의 주력 수출 분야의 기업들이 주로 대기업들이어서 아직까지 원-엔 환율 하락이 수출 물량 감소로까지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신 팀장은 "원화 강세, 엔화 약세가 제3국 수출 물량 감소로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일본 기업들이 엔 약세를 틈타 수출 가격을 내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가격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일본 제품과 경합하고 있는 분야의 중소기업들은 구체적인 수치로 파악되지는 않고 있으나 이미 대일 경쟁력 약화로 가격 압박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수출 물량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중소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원-엔 환율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