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당선에 분수령이 될 제4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예비투표가 현지시간 2일 오후(한국시간 3일 새벽) 뉴욕에서 열린다.

앞서 세차례 예비투표에서 거푸 선두를 달린 반 장관이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미.영.중 .러.프)의 투표용지 색깔을 10개 비상임이사국과 달리 한 채 처음 치러지는 4차 예비투표에서 유엔 총회에 추천될 단일후보 지위를 사실상 확보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반 장관으로서는 지난달 28일 3차 예비투표에서 후보 중 유일하게 사무총장 당선에 필요한 찬성표 수(9표 이상)를 만족시키며 13개국의 지지(반대 1.기권 1)를 받아 2위인 인도의 샤시 타루르(찬성 8.반대 3.기권 4)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따라서 이번 투표에서도 이변이 없는 한 반 장관이 최다 찬성표를 얻을 것이라는 게 유엔 주변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다만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처음으로 발동된다는 점에서 이번 투표 결과로 레이스가 반 장관의 승리로 매듭지어지느냐, 이달 중.하순까지 계속되느냐가 결정된다.

우리 정부가 우려하는 상황은 1~3차 때 계속 따라다닌 반대표 1표가 4차 때도 유지되고 그 한 표의 주인공이 상임이사국인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다.

4차 투표 후 상임이사국의 반대 사실이 확인되면 상임이사국 간 조율 작업이 좀 더 진행될 수 밖에 없다.

물론 반 장관 대세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표가 오래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의 기대며 그 기대는 최근 미국의 반 장관 지지설이 퍼지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앞서 1996년 부트로스 갈리 총장이 폭넓은 지지를 얻고도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미국)가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음에 따라 재선에 실패한 사례가 있어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비록 가능성은 낮지만 우리 정부의 노력과 상임이사국간 조정에도 불구, 상임이사국 한 나라의 반대가 길어지면 안보리 내에서 기존 후보군에서든 재야에서든 새로운 후보를 찾아 보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차 투표에서 반 장관이 상임이사국의 반대 없이 찬성 9표 이상을 얻은 유일한 후보가 된다면 승부는 갈린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분석이다.

물론 반 장관이 당선조건을 충족한 유일한 후보가 되더라도 안보리는 만장일치를 도모하기 위해 한두 차례 예비투표를 더 할 가능성이 있지만 대세에는 지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안보리가 추가 예비투표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곧바로 유엔 총회에 추천할 단수 후보를 결정했다는 내용의 안보리 결의를 채택하기 위한 정식 투표 날짜를 이달 중으로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엔 주변의 공기는 대체로 반 장관에게 우호적이다.

영국의 더 타임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등에서 최근 우리 정부의 대외 원조를 선거 캠페인과 연결, 비판적인 기사를 싣긴 했지만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본 유력지인 아사히 신문이 1일 "일본이 반 장관을 지지할 것이며 지지입장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표명될 것"이라고 보도한 것도 고무적이다.

그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한 표'를 지닌 일본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 지가 큰 관심거리였다.

비록 앞서 예비투표에서 일본이 반 장관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과거 일본의 유엔 안보리 진출을 한국이 선봉에서 반대한 점 등을 감안해 막판 반대입장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이 10월 안보리 의장국인 만큼 만약 일본이 반 장관을 반대할 경우 자국이 가진 한 표 이상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만큼 아사히 신문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반 장관은 적지않은 원군을 얻은 셈이다.

4차 투표는 이제까지 줄곧 꼴찌에 머물렀던 스리랑카의 자야나타 다나팔라 후보가 사퇴의사를 밝힘에 따라 반 장관을 비롯한 6명의 후보를 상대로 실시된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