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 이영표(29.토튼햄)가 해외진출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토튼햄에서 네 경기 연속 벤치를 지키던 이영표는 지난 2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유럽축구연맹(UEFA)컵 슬라비아 프라하(체코)와 원정경기에 모처럼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구축할 기회를 잡았으나 경기 도중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영표는 크로스를 올리다 오른 발목을 접지른 상태라 일단 1일 자정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포츠머스전에는 결장한다.

토튼햄 주치의는 오른 발목 측부 인대 부상인데 현재로서는 상태를 단정짓기 어렵다면서 사흘 정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진단을 내놓았다.

이영표의 부상 소식이 심상찮게 들리는 것은 최근 발목 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아 오는 12월 말까지 재활을 해야 하는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마찬가지로, 지난 한 시즌은 물론 독일월드컵까지 소속 팀과 국가대표팀에서 쉼없이 출전해 피로 누적으로 인한 고질적인 부상이 찾아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구단에서 정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갑작스러운 부상이 아니라 독일월드컵 직전 다친 발목 인대를 제때 치료하지 않고 무리한 출전을 강행함으로써 상태가 악화됐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이영표도 2005-2006 시즌 토튼햄으로 이적해 31경기를 뛰었고 아드보카트호와 베어벡호에서도 거의 결장없이 풀타임을 소화했기 때문에 박지성 못지않게 피로가 누적됐을 수 있다.

특히 이영표의 경우 부상이 심각하다면 어렵사리 살려놓은 주전 경쟁의 불씨를 다시 꺼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그 파장이 만만찮다.

이영표는 AS 로마(이탈리아) 이적 해프닝 이후 지난 시즌 안정적으로 구축해놓은 팀내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토튼햄의 마틴 욜 감독은 "왼쪽 풀백 자리를 놓고 이영표와 베누아 아소 에코토(카메룬)가 경쟁하고 있다"며 아직 둘 가운데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고 있지만 이영표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다면 왼쪽 측면 수비수 자리는 자연스럽게 에코토의 독차지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부상을 당한 시점도 좋지 않다.

지난 주말 에코토가 리버풀전에서 실점의 빌미가 된 큰 실수를 저지른 이후 욜 감독이 토너먼트 승부인 UEFA컵에 이영표를 기용해 막 신뢰를 되찾으려는 순간 돌발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토튼햄 팀 입장에서도 이영표의 부상은 큰 손실이다.

최근 4경기 연속 무승으로 리그 순위가 17위까지 급전직하한 토튼햄은 현재 '싸움닭' 에드가 다비즈(네덜란드)와 이번 시즌 영입한 스트라이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불가리아), 미드필드의 주축 애런 레넌(잉글랜드) 등 무려 7명이 부상자 명단에 오른데다 중요한 왼쪽 측면 자원 한 명을 더 잃게 되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