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범죄의 증명이 없어 무죄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펀드로는 처음으로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영국계 펀드회사 헤르메스의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장성원 부장판사)는 29일 헤르메스 주가조작 사건 선고공판에서 "이 사건은 피고인 회사의 펀드매니저였던 클레멘스씨가 삼성물산 주식 매도와 관련해 가진 언론 인터뷰가 기망행 위에 해당하는지와 피고인측이 M&A(인수합병)를 부각시키기 위해 위계를 사용했는지가 쟁점인데 피고인측의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이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클레멘스의 인터뷰 내용만 보면 M&A 의사에 치우친 듯한 인상을 주지만, 발언 전후를 보면 다른 기업의 (삼성물산) M&A 시도를 알지 못한다고 한 점 등 삼성물산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경영진이 주식 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M&A될 수 있다는 가정적, 원론적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불과하고 발언이 M&A의 현실적 위험성을 부각시켰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클레멘스의 발언을 마치 그렇게 (M&A를) 할 듯할 내용으로 발언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인터뷰는 단순히 M&A 가능성을 언급하거나, 장차 M&A가 있을시 입장을 표명한 것이어서 허위나 기망적 요소를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클레멘스의 발언은 공지의 사실이던 삼성물산의 M&A 가능성을 재확인하고, 그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물산측 입장에 동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정도의 입장 표명에 불과한 것이어서 허위나 기망행위라고 볼 수 없고 일반 투자자를 속이기 위한 위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헤르메스 펀드는 지난해 11월 삼성물산 주식의 5%를 보유한 상태에서 모 언론사와 인터뷰를 갖고 삼성물산 인수ㆍ합병 의사가 있는 것처럼 말해 관련 기사가 보도되면서 주가가 오르자 주식을 팔아 73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 재판은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의 비리 의혹 수사가 진행 중이고 그동안 형사사법권의 `무풍지대'로 여겨진 외국계 펀드에 대한 첫 재판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