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보 다리 위에 센강은 흐르고/우리들 사랑은 흘러내린다/내 마음속 깊이 기억하리/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오는 것을/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아폴리네르가 쓴 센강의 '미라보 다리'로 낭만에 젖을 때면 한번쯤 읊조려 보는 시다.

센강이 시로 감동을 준다면,다뉴브강은 노래로 가슴을 적신다. 요한스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다뉴브강의 왈츠'는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강의 풍경을 경쾌한 리듬으로 표현한 명곡이다. 라인강의 '로렐라이 언덕' 역시 하이네의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세계인들이 즐겨 부르는 애창곡이다.

이처럼 서구의 대도시를 흐르는 강들은 시와 노래,그리고 전설로 감동 깊게 그려져 그 이미지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강가의 정취와 운치가 마치 그림을 보는 듯하다. 강을 대하는 시민들의 자부심은 더욱 돋보인다. 자신들의 휴식처이자 관광객들이 어울려 한마당 축제를 벌이는 장소여서인지 가꾸고 보존하는 일에 헌신적이다. 게다가 행정당국은 강을 도시문화의 상징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 한강의 모습도 달라질 것 같다.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한강 르네상스'프로젝트가 곧 실행에 옮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2009년까지의 계획을 보면 곳곳에 생태계가 조성되고,문화 공간이 확충되고,대규모 관광벨트가 만들어 진다. 성냥갑 아파트에 콘크리트의 육중한 다리,한강둔치의 밋밋한 풍경들이 크게 바뀔 것 같아 모두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걱정이라면 한강개발로 야기될 교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전시행정에 치우친 듯한 몇몇 구상들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사실 한강은 유량이 풍부한데다 맑고,강폭이 넓어 세계 어느 강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르네상스의 전기를 맞은 한강에 시인과 화가,음악가들이 다투어 찾아와 낭만과 희망을 맘껏 찬미할 그날을 상상해 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